전국 최대 낙농업 중심지 경기도가 위기를 맞았다. 생산비 상승에 해외 수입 증가가 겹쳐 지난해 국내 우유 자급률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택지개발과 비싼 땅값이라는 경기도의 특성으로 낙농가의 설 자리가 사라지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주요 1차 산업 중 하나인 낙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비가 상승한 만큼 우윳값에 반영하고, 택지를 보장해주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편집자 주·관련기사 3면([위기의 경기도 낙농업·(上)] 5년새 400곳 폐업 "이대로면 시간문제")
평택 낙농업목장 르포(사회부) (23)
최근 물가 상승·값싼 원유 수입 등으로 나날이 매출이 줄고 있는 국내 낙농업계에 현대화 방역 설비 투입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낙농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오후 평택시 청북읍의 한 젖소 목장에서 관계자들이 착유기로 젖을 짜고 있다. 2022.10.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빚을 안아가며 첨단시설에 투자했는데
힘이 빠집니다
11일 찾은 평택 유옥목장. 입구에 들어서자 '방문객은 필히 소독하고 출입하십시오'란 문구가 붙은 소독시설이 있었다. 소독을 하고 들어선 목장에는 100마리의 젖소들과 함께 착유시설, 자동급여기 등 설비들이 보였다.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낙후한 농가 모습이 아니라 현대화된 농장시설이 있었다.

방역 시설뿐 아니었다. 유옥목장의 곽진영(29) 대표는 현대화 설비를 이용해 젖소들을 관리하고 있다. 착유시설에선 젖소들의 목에 달린 센서를 통해 상태를 감지하고, 소의 상태에 따라 사료량을 다르게 배급한다.

휴대폰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소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한다. 센서가 소의 상태를 감지하고, 상태가 좋지 않으면 알림이 울린다.
"빚 내서 첨단장비 투자했는데…"
수익 반토막 평택 목장주 '한숨'
"사료비·전기료 등 생산비 올라"

유옥목장은 3년 전 6억8천여만원의 융자를 받아 목장을 현대화 시설로 개선했다. 과잉 투자가 아니냐며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수십 년 후까지 대비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곽 대표는 현재 낙농가들이 당장의 생계도 위협받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재료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크게 오르며 농가의 부담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유옥목장의 순수익은 지난 해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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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 상승·값싼 원유 수입 등으로 나날이 매출이 줄고 있는 국내 낙농업계에 현대화 방역 설비 투입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낙농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오후 평택시 청북읍의 한 젖소 목장의 모습. 2022.10.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곽 대표는 "3대째 목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수십억원을 들여 시설투자를 하셨다. 융자받아가며 15년 동안 갚을 계획을 가지고 빚을 진 것"이라며 "그런데 사료비, 전기요금 같은 생산비가 모두 올라 경영 자체가 어렵게 됐다. 자국 사료를 먹이고 원유값 단가를 낮추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면 소가 망가지고 우유 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3번 이전… "가는 곳마다 민원"
정화시설 개선 등 노력 '역부족'

택지개발과 땅값 상승, 주민들의 반대는 또 다른 위기 요인이다. 지난 1978년 문을 연 유옥목장은 택지개발로 인해 50년 동안 3번이나 자리를 옮겨야 했다. 낙농가가 옮길 땅을 찾더라도 악취, 분뇨처리 등의 이유로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곽 대표는 "'깨끗한 농장' 인증을 받고 정화 처리시설을 마련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목장은 혐오시설이란 인식이 존재한다. 지금껏 택지개발, 공단개발로 목장을 옮겨야 했다. 경기도는 낙농업이 커졌지만 도시화 난개발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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