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맞은 낙농인들 중에서도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아닌 유업체 소속 직속농가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쿼터제, 지원금 등의 차이로 같은 양의 우유를 생산해도 1년에 수천만 원씩 수익 차이가 나기도 한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흰 우유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기록하고 있는 업계 1위 회사로 축산 농가 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 농가의 60% 가량은 서울우유협동조합 소속이며 나머지 40%는 매일·남양 등 유업체 소속 직속농가다.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동조합과 달리 유업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직속농가는 각종 혜택에서 제외된다.
직속농가, 못채울땐 돈 덜받는 구조
가장 큰 차이는 '쿼터제'다. 쿼터제란 유업체가 농가와 협상을 통해 미리 정해진 양(쿼터)만큼 정해진 원가로 원유를 사들이는 것이다.
서울우유협동조합 소속 농가는 1년 안에 정해진 쿼터를 채우면 된다. 각 농가마다 생산해야 하는 양이 정해져 있는데, 유업체들은 농가로부터 보름에 한 번씩 원유를 받고 있다. 서울우유 조합원들은 당장 정해진 양을 채우지 못해도, 1년 안에 정해진 양을 채워넣는다면 손실을 보지 않는다.
반면 직속농가들은 유업체에 보름마다 정해진 양을 채우지 못하면 그대로 수익에 반영된다. '보름 쿼터'인 셈이다.
경기도 직속농가 대표 A씨는 "서울우유는 2t을 못 냈다고 치면 연말까지 소를 사서 채워넣을 수 있어 총량만 맞추면 된다"며 "반면 직속농가들은 15일 단위로 채우지 못하면 그만큼 돈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직속농가는 사료비·운송비 등 각종 지원에서도 제외되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생산비 인상 등을 고려해 지난 8월 소속 낙농가에 월 30억원 규모의 '목장 경영 안정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서울우유조합 소속 농가는 사료, 의료비, 운송비 등을 지원받는다.
쿼터제, 각종 지원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같은 양의 우유를 생산해도 수익 차이가 크다. 김태섭 양주축산협동조합 감사는 "같은 양의 우유를 생산해도 조합 소속 농가와 직속농가 간 수천만 원씩 수익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가입도 안돼… 연쿼터 등 대책 필요"
그러나 이미 서울우유협동조합에 배당된 쿼터량이 정해져 있어, 기존 조합원이 그만두지 않는 이상 신규 가입은 어려운 실정이다. A씨는 "기존 조합원으로 있는 사람이 그만두면 내 쿼터를 팔고 그걸 구입해서 간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목장을 버리고 새로 구입해서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1년 단위 연쿼터, 사료비 지원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환수 한국낙농육우협회 빙그레연합지회장은 "정부가 대출을 해서 지원해주지 말고 자금을 만들어 사료값 자체를 낮춰줘야 한다"며 "지금은 낙농가를 빚쟁이로 만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A씨는 "우리는 유업체 눈치를 봐야 해 일방적으로 결정을 따라야 한다. 정부가 나서 직속농가도 연쿼터제를 시행하도록 바꿔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자현·김동한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