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맞은 낙농가를 위해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 시 농가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유가공·유통업체의 높은 유통마진율을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음용유(흰 우유)의 가격은 현 수준을 유지하되 가공유(치즈·버터 등의 생산에 쓰이는 우유)의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우유 소비량보다 생산량 30만t 많아
정부 수급조절사업 등 지원 늘려야
낙농가와 유업체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인해 원유 가격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정부는 우유 수요가 감소함에도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해당 정책을 도입했지만, 낙농가는 농가 평균 부채가 호당 5억원 이상이라며 반발해 왔다.
결국 지난달 낙농진흥회가 차등가격제를 받아들여 15일 원유 가격 협상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낙농인들은 여전히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연천 진주목장의 박영규 대표는 "정부 정책대로 따라가기만 했을 뿐인데 이제 와서 차등가격제로 낙농가를 짓누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차등가격제로 피해를 볼 낙농가를 위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인배 동국대 식품산업학과 교수는 "현재 우유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30만t 정도 많아 낭비되는 생산량을 저장하고 오래 먹을 수 있도록 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다만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시행하면 농가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정부가 수급조절사업 등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유값 20원 올리면 업체는 10배로
마진율 38%, 美8.8%·日17.7% 대조
"출고가 정보 비공개도" 감시 주장
근본적으로 유가공·유통업체의 높은 '유통마진율'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윳값이 연일 상승하는 이유로는 높은 유통마진율이 꼽힌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진(원가와 판매가의 차액)으로 인해 상품가격이 원가보다 부풀려진다는 것이다.
국내 유가공·유통업체들의 마진율은 해외에 비해 높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우유시장의 유통마진율은 38%로 미국(8.8%), 일본(11.4~17.7%), 영국(29.1%) 등보다 최대 4배가량 높은 상황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백색시유 가격인상률'을 보면 최근 5년(2016~2020년)간 원윳값은 동결됐지만 1ℓ 흰 우유 출고가와 소비자가격은 각각 4.8%, 6.7% 인상됐다.
홍연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본부장은 "왜곡된 유통구조로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은 외국산 우유를 찾기 마련"이라며 "시장점유율이 높은 서울우유는 출고가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아 정부 차원의 감시가 필요하며, 유통가격 적정성에 대해 소비사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자현·김동한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