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은 도시 근교에서 발달합니다. 젖소가 짜내는 우유가 상하기 쉽기 때문에 유통 경로가 짧은 도시 주변에 낙농업 농가가 자리 잡는 것이죠. 이 때문에 수도권을 최대 수요로 하는 한국 낙농업은 경기도를 중심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국 젖소 농장의 40%는 경기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런데 통계청에 따르면 도 소재 젖소농장 수는 지난 2017년 1분기 2천704개에서 올해 2분기 2천306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지난 5년 새 400여 농가가 문을 닫은 셈이죠.
우크라 전쟁으로 사료 가격 폭등
2026년부터 무관세, 어려움 가중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우선 낙농가는 젖소 사료 등의 필수 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사료 가격이 올라 농가의 부담이 커진 게 최근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입니다. 이런 외부 요인이 비교적 최근 발생한 것이라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 부분이죠.
지난해 국산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우유 자급률은 45.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오는 2026년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유럽 우유 및 유제품이 무관세로 수입되기 시작하면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연천 진주목장 박영규 대표는 "작년 초 대비 순이익이 50% 이상 감소했다"며 "우윳값이 조금 인상된다 해도 택도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화성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A씨는 "주변에 그만뒀다는 분들이 워낙 많아 놀랍지 않다"며 "남은 농가들도 몇억 원의 빚을 안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택지개발과 높아진 땅값도 원인
유업체 직속농가는 쿼터제 압박
경기도의 택지개발사업과 땅값 상승 역시 또 다른 위기 원인으로 꼽힙니다. 택지개발로 농가가 쫓겨나는 경우가 많지만, 목장을 옮기려 해도 땅값이 상승한 데다 남은 부지가 없어 운영을 그만두게 되는 것입니다. 어렵게 이사할 곳을 찾더라도 악취, 분뇨 처리 등의 이유로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죠.
평택 유옥목장 곽진영 대표는 "유럽처럼 넓은 초지를 갖고 목장을 운영하면 좋겠지만 수도권은 땅값이 비싸다. 낙농업은 도시를 개발하며 밀려나는 업종이 돼버렸다"며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토지를 확보해가며 낙농업을 육성해줬다면 힘들지 않았을텐데 수도권에 몰려있다보니 오분 처리, 환경 문제에 부딪힌다"고 설명했습니다.
15일 기간의 '쿼터제'도 낙농가를 옥죄는 요소입니다.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농가를 제외하고 유업체 직속의 농가들은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양의 우유를 공급해야 하는 의무, 즉 쿼터제의 적용을 받습니다. 협동조합은 1년 단위 쿼터를 적용하지만 직속농가는 그보다 훨씬 짧은 쿼터제를 적용받아 부담이 심한 것입니다.
'위기의 경기도 낙농업' 기획은 낙농업 위기의 원인을 짚고, 비조합 낙농인과 조합 낙농인의 차이를 비교한 뒤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하는 기획 기사입니다. 1차 산업은 고차 산업을 비롯한 국가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유제품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게 우리네 삶입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우유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함께 대책을 고민해 봅시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