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 시장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쌀 소비는 줄어드는데 벼 농사는 풍년이라 쌀 수확량이 크게 늘었고, 이 때문에 햅쌀 수확기에도 지난해 쌀이 창고에 쌓여있을 정도였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공급이 넘쳐나니 가격은 속절없이 떨어졌다.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모든 지역의 상황이 비슷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쌀로 불리는 여주·이천지역 쌀마저 햅쌀 수확을 앞두고 10㎏ 기준 2만원대까지 판매가격이 내려갈 정도였다.
상표관리·포장비 등 꾸준한 지원도
이런 와중에 화성 수향미는 거의 '완판'됐다. 2017년 첫 출시돼 이제 5년 정도가 된 수향미는 상대적으로 '신생' 브랜드 쌀이지만 최악으로 치달은 올해 쌀 시장에서도 선방했다.
지난 8월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실시한 '경기 쌀 인식 조사'에서도 쟁쟁한 쌀들 속에 브랜드 인지도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행정기관과 일선 현장이 긴밀하게 협업해 이뤄낸 성과였다.
쌀을 점점 먹지 않는 시대, 경기 쌀이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지만(10월17일자 1·3면 보도=[경기 쌀 소비 현주소·(上)] 줄어든 숟가락에 저가쌀 '밥 맛 잃은 소비자') 소비자들에게 지역 쌀의 우수성을 알리고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좇아 효과적으로 유통시키기 위한 끈질긴 노력이 수향미의 위상을 높이는데 한몫을 했다.
수향미(秀香米)는 이름 그대로 향이 좋은 쌀이다. 밥을 지으면 구수한 누룽지 향이 나는 게 핵심이다. 그 특성 탓에 소비자들에게 제품력을 각인시키는데 유리했다. 여기엔 행정과 현장의 숨은 노력이 있다.
화성시는 지역농협과 민간 정미소, 농가 등과 '명품 쌀 발전 위원회'라는 별도 기구를 구성했다. 생산부터 관리, 유통까지 체계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 위원회에선 수확 후 볏짚을 땅에 썰어넣는 일부터, 가장 수향미 특유의 향이 극대화되는 수매 시기를 살피는 등 제품력을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연구하고 있다. 화성시에서도 상표관리를 총괄하는 한편 포장 비용 등 필요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등급, 유기농 수향미를 출시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여러 가공제품 출시도 고민하고 있다. 수향미를 가미한 아이스크림이 출시될 계획이고, 즉석밥도 예정돼있다. 모든 기획은 시와 위원회가 함께 한다.
화성시 관계자는 "위원회와 함께 의견을 계속 교환하면서 현장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3면([경기 쌀 소비 현주소·(下)] 생산비 느는데 농정예산 비중 '최저'… '잇 아이템' 농가 살린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