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농촌 인구는 28만명 가량이다. 전국 농민 10명 중 1명꼴이 경기도에서 논과 밭을 갈지만, 1천380만명에 달하는 경기도에선 전체 주민의 2%에 불과하다. 도내 다수의 지역이 도농복합지역이지만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농촌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러 면에서 줄어들고 있다.
이를테면 경기도의 일반회계 대비 농정 예산 비율은 2019년엔 3.71%, 2020년엔 3.59%, 지난해엔 3.98%였는데 올해는 3.5%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농민들의 생산비 부담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오히려 농정 예산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셈이다. 이는 지난달 도의회 도정질문에서도 지적됐었다.
농민 10명 중 1명꼴로 경기도서 논과 밭
올해 일반회계 대비 농정 예산 비율 3.5%
고물가속 선택받기 쉽지 않아 '지원 요구'
경기 쌀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고물가 상황 속 소비자들에게 선택받기가 쉽지 않아, 일선 현장에선 소비 촉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각 지역 쌀을 사용하는 식당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마저도 기초단체에서 하나둘 사라지는 실정이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경기 쌀은 전국 최고의 쌀로 꼽혔지만 이젠 다른 지역 쌀도 품질이 많이 좋아진데다 가격마저 저렴해 소비자들에게 경기 쌀이 선택받기가 점점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번 먹어보면 경기 쌀을 계속 찾게 되는데 그 '한 번 먹기까지'의 과정이 쉽지가 않다.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홍보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 당장 경기도와 가까운 철원 오대쌀만 해도 지자체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마케팅을 해, 전국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사례"라고 전했다.
지난 8월부터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가 된 떡이 있다. 생크림찹쌀떡이다. 냉동실에서 꺼내 5분 뒤에 먹으면 살짝 녹아 마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같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피가 얇고 쫀득쫀득한데다, 크림이 부드럽고 풍부하다. 이 생크림찹쌀떡을 만든 곳은 전북 익산농협이다. 지역 농민들의 판로 개척을 위해 2017년 농협 내에 떡방앗간을 개설했는데, 모두 국산 농산물로 만들다보니 맛있다고 정평이 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직원들이 두달간 머리를 맞대 올 7월 생크림찹쌀떡을 만들었다. 중·장년층에선 호불호가 갈렸지만, 젊은 조합원들 사이에선 호평 일색이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홍보를 시작했고, 조금씩 입소문이 나더니 급기야 지난 8월 26일부터는 오픈런이 시작됐다. 떡이 판매될 때마다 경기도와 서울시, 강원도 등에서도 직접 익산 매장으로 원정을 올 정도다. 온라인에선 30초 만에 완판된다.
지역 내 농산물 소비 촉진으로 이어져
원소주, 강원도 '토토미'로 만들어지기도
새로운 아이템 절실… 행정 고민 이뤄져야
생크림찹쌀떡의 성공은 지역 내 농산물 소비 촉진으로 이어졌다. 찹쌀 소비만 두달 새 2만㎏ 가까이 이뤄졌을 정도다. 지역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생크림찹쌀떡 성공을 바탕으로 18일엔 새 메뉴인 흑임자 생크림찹쌀떡이 출시된다. 앞으로 초코, 팥, 유기농 녹차 생크림 찹쌀떡 등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다. 김병옥 익산농협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시작한 일인만큼 꾸준히 좋은 제품을 출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소주 역시 강원도 원주지역 쌀 '토토미'로 만들었는데, 쌀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원주지역 쌀 소비 촉진에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점점 위축되는 쌀 시장 하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새로운 아이템이 절실한 만큼, 이에 따른 행정적 고민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