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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선감도에 수용됐던 원생의 얼굴이 섞여 있다. 누가 부랑아인지 구분할 수 있겠는가? 이 사진에서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4·5번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및 독자 제공
 

위에 여러 아이의 사진이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선감도에 수용됐던 원생의 얼굴이 섞여 있다. 누가 부랑아인가. 외형만 보고선 누구도 섣불리 구분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길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길거리 아이들을 무작위로 수집했다. 근거는 허무할 정도로 빈약했다. 그저 부랑아처럼 보여서.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누명을 썼다. 돌아갈 집이 있고, 보호받을 부모가 있는 데도 '부랑아'로 낙인찍히며 선감도란 이름의 섬에 영문도 모른 채 갇혔다.

하물며 소나 돼지의 등급을 나눌 때도 특정한 기준을 적용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부랑아를 판단하는 기준만큼은 어디에도 없었다. 법률에도, 조례에도 부랑아란 용어를 따로 정의하고 있지 않았다. 경기도는 1982년까지 40년 동안 8~18세의 부랑아 4천689명을 지옥도라 불리는 선감학원으로 보냈다.
1982년까지 40년 동안 8~18세
4689명 '지옥도' 보낸 경기도
'그저 그렇게 보여서'…
특별한 이유·근거 없이 무작위 수집

이곳에 수용된 원생들은 자신의 처지를 납득할 수 없었다. 집과 부모가 그리웠을 테고, 폭력과 강제노역으로 얼룩진 선감학원 시설에 쉬이 적응하지 못했다. 원생 일부는 목숨을 걸고 바다를 헤엄쳐 섬 밖으로 빠져나가기 위한 탈출을 감행했고, 이 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원생들이 속출했다.

대개는 제대로 된 묏자리도 없이 아무렇게나 묻혔고, 수십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서야 망자들의 흔적을 찾기 위한 발굴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선감학원은 누구의 책임인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가슴 깊이에 묻어왔다. 시대 탓을 했고 먹고 사는 일을 핑계댔다. 그렇게 40년이 흘렀다. 이제 명료하게 다시 묻는다. 선감학원은 누구의 잘못인가. → 관련기사 3면([선감학원 특별기획·(上)] 공문서 확인결과 '허술함' 드러나)

/특별취재팀

※선감학원 특별취재팀
정치부 공지영 차장, 신현정·고건 기자, 사회교육부 배재흥·김동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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