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alk_20220502_170115999_03
인터넷 BJ 살인사건의 가해자들은 지난 3월 피해자의 시신을 범행 장소인 자신들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300m 가량 떨어진 이곳 다리 밑에 유기했다. 2022.5.2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인터넷 방송 시청자인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한 끝에 숨지게 하고 사체를 유기한 수원 BJ살해사건(5월3일자 7면 보도=[인터넷 BJ 살해사건의 전말]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간 집… 그 곳엔 악마가 살았다) 1심의 쟁점은 감금과 살인미수죄의 성립 여부였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총 5명인데, 그중 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주범 한모씨는 피해자가 거주지에서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었다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 혐의를 줄곧 부인했다. 한씨를 도와 사체유기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 공범 김모씨는 폭행과 상해의 범의만 있었을 뿐 살인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법원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가스라이팅 인정

1심에서 주목할 부분은 법원이 피해자의 심리를 지배하고 있었던 피고인 측 행위를 일종의 가스라이팅으로 봤다는 것이다. 한씨 측은 감금죄 성립 여부에 대해 피해자는 물리적인 제재 없이 자유롭게 거주지에서 외출이 가능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 등의 폭행 등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해자는 이 사건 주거지에서 나가는 것이 심히 곤란하게 됐다고 봄이 타당하며 피해자가 스스로 이 사건 주거지에서 머물렀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물리적 제재 없이 외출 가능했다?
法 "심리적 위축… 자의 아닐 것"

법원은 감금죄 성립 근거로 지난 2000년 2월 선고한 대법원 판례를 들기도 했다. 당시 판례는 '감금의 본질은 사람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으로 그 수단과 방법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고 유형적이거나 무형적인 것을 가리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살인 '범의' 없어 vs 미필적 고의 인정

김씨 측은 고의가 없었다며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줄곧 부인해왔다. 피해자가 숨지기 직전에 행해진 폭행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기도 했다.

법원은 김씨 측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씨 등 피고인 중 일부는 공판 과정에서 김씨가 지난 3월6일에도 피해자를 폭행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원은 이들 피고인이 김씨에게 불리한 발언을 할 이유가 없고 태도가 일관된 점 등을 근거로 진술을 증거로 채택했다.

물리적 제재 없이 외출 가능했다?
法 "심리적 위축… 자의 아닐 것"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는 피해자가 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하고도 범행을 저지르는 때에 해당한다. 법원은 김씨 등이 피해자를 야구방망이로 지속해 폭행했고,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신체 전반에 걸쳐 외력이 가해져 숨졌음이 인정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수원지법은 지난달 31일 한씨에게 징역 30년, 미성년자인 김씨에게 장기 15년~단기 7년을 선고했다. 또 다른 공범 3명에게는 각각 장기 2년∼단기 1년, 징역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 등 피고인 3명과 검찰 측은 최근 쌍방 항소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