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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부평 캠프마켓 개방된 야구장 일대 모습. 2022.11.1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0년 10월14일, 인천 부평구 도심 한복판 드넓은 땅에 장벽을 치고 80년 세월을 버텼던 미군기지 '캠프 마켓'의 굳게 잠긴 문을 인천시민들이 열었다.


캠프 마켓 전체 44만㎡ 부지 가운데 시민에게 개방된 장소는 야구장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우리 땅임에도 한 번 밟을 수 없던 금단의 땅을 마침내 밟고 들어간다는 희망이 싹을 틔운 날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캠프 마켓을 둘러싼 담장 일부를 철거해 누구나 언제든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캠프 마켓이 인천시민의 것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다.

캠프 마켓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처럼 일본군 주둔지가 다시 미군기지로 쓰인 사례다. 용산은 조선의 일본군 사령부였다. 부평은 일본 육군이 전쟁을 수행할 무기 등을 제조한 군수공장 '조병창'이었다.

일제 강점기 말엽 부평 조병창과 미쓰비시 등 주변 하청 공장이 거대한 병참기지로 기능했고, 해방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주변 지역은 기지촌이 됐다. 미군 부대들이 하나둘씩 떠나면서 캠프 마켓은 빽빽한 도심에 뻥 뚫린 구멍처럼 방치됐다. 

A·B구역 토양오염 정화 '막바지'
근대 건축물 철거 쟁점 갈등 조짐
부산 등 사례 본보기·반면교사로

2000년대 초부터 서서히 진행된 캠프 마켓 반환 절차는 이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크게 4개(A·B·C·D) 구역으로 나뉜 캠프 마켓의 A·B구역은 토양 오염 정화 사업이 막바지다. 전체 부지 중 절반에 달하는 D구역은 내년부터 환경기초조사를 비롯한 반환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는 등 캠프 마켓의 실질적 반환이 머지않았다.

그러나 인천시민에게 캠프 마켓이 어떠한 공간으로 다가올지 아직 그 밑그림조차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 캠프 마켓은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 미군 주둔을 거치며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전쟁 역사가 집약된 공간이다. 노동문화와 기지촌의 생활문화도 품고 있다. 부평 도심에서 부족한 녹지와 생태공간을 채워줄 수 있는 숨구멍 역할을 기대하는 시민들도 있다.

캠프 마켓을 어떻게 활용할지 그 방향성을 두고 지역사회에서 갈등의 조짐이 보인다. 역사성이 있는 근대건축물의 철거가 쟁점이 되고 있다. 곧 시민 품으로 돌아올 캠프 마켓의 밑그림을 그릴 때가 온 것이다.

전국에서 미군기지 반환과 함께 활용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14년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된 옛 하야리아기지처럼 활용사업이 마무리된 곳이 있고, 강원 원주 캠프 롱이나 춘천 캠프 페이지처럼 활용 계획을 수립 중인 곳도 있다.

경인일보는 이들 미군기지 반환 구역을 찾아 반환·활용 추진 과정을 들여다보고, 해당 지역의 정책 결정의 장단점을 따져본다. 다른 지역의 사례가 캠프 마켓의 본보기가 되거나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인일보는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캠프 마켓의 역사성과 반환 과정, 활용 방안의 쟁점, 부산·강원 사례, 전문가 의견 등을 살필 계획이다. → 관련기사 2면([미군기지 반환 구역을 가다·(1)] 80년 만에 시민 품에 안기는 인천 캠프 마켓)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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