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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이 하와이 호놀룰루시에서 자신을 따르는 교인들과 함께 설립한 한인기독교회. 현 건물은 1937년 건립됐는데, 광화문 모습을 본떴다고 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미국 하와이 한인 동포는 1903년 1월13일 도착한 최초 이민자 86명에서 1945년 해방 당시 약 6천500명으로 75배 넘게 성장했다. 현재 하와이 한인 인구는 약 7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와이 전체 인구 144만명 가운데 4.8% 수준으로, 필리핀계(13%)와 일본계(12%)보다는 수가 적다.

하지만 하와이 내 어느 이민자 집단보다 민족적 자부심이 크며 결속이 강한 게 한인 동포들이다. 나라 잃은 설움과 독립운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7만명 관광·운수·자영업 등 종사
이민 1~2세대 터전 농장은 쇠퇴


상징적인 장소가 호놀룰루에 있는 자유극장 건물 터다. 국내에서 3·1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 하와이까지 날아간 1919년 6월15일 한인 동포 1천500명이 자유극장에 모여 독립운동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해 8월17일 상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승만(1875~1965) 박사를 축하하기 위해 한인 1천200명이 다시 자유극장에 모였다.

1920년 3월1일 아침 한인 1천여 명이 또 다시 극장으로 모여 3·1운동 1주년 기념식을 했다. 1천600석 규모였던 자유극장 터는 차이나타운 쪽에 있는 한 건물 자리로 추정되는데, 맞은 편이라는 설도 있다. 자유극장 터 역시 한인들의 민족적 규합 장소지만, 이를 알릴 만한 표지가 없다.

일제강점기 하와이 동포만 결속한 게 아니라 북미와 중남미는 물론 유럽 곳곳으로 퍼져 있는 동포까지도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김상열 한국이민사박물관장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진흙 속에 박힌 시신을 꺼내는 일을 한인들이 많이 했는데, 그들도 급여 일부를 떼어서 독립 자금에 보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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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호놀룰루시 차이나타운 쪽에 있는 자유극장 터. 3·1운동 직후인 1919년 6월15일 한인 동포 1천500명은 이 극장에 모여 독립운동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제공

하와이 한인 동포는 관광업, 운수업, 자영업 등에 주로 종사하고 있다. 이민 1~2세대가 많이 일했던 사탕수수·파인애플 농장은 1970년대 이후 쇠퇴했다. 현재 한인들은 호놀룰루 키아모쿠 지역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다.

키아모쿠 한복판엔 2011년 명명해 한인사회가 관리하는 인하공원(인천-하와이공원)이 있어 인천과 하와이의 인연을 되새기게 한다. 호놀룰루에서 여행업에 종사하는 대니 방(Danny Bang)씨는 "인하공원 주변으로 한인 상권이 형성돼 있어 현지 교민들에게 친숙한 공원"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호놀룰루 키아모쿠 거주
룩 하와이 부주지사 등 정계 두각


하와이에서 한인이 정계 진출하거나 판사 등 고위 공직자에 임용된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달 미국 중간선거에서 한인 최초로 부주지사에 선출된 실비아 장 룩(Sylvia J. Luke) 하와이주 부주지사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해리 김(Harry Kim) 전 하와이 카운티 시장, 로널드 문(Ronald Moon·1940~2022) 전 하와이주 대법원장 등이 선출직 또는 고위직에 오른 한인이다. 이밖에 교육감, 경찰서장, 주의회 의원 등이 배출됐다.

최근 하와이 현지에서는 한인 이민 120주년 기념 열기가 뜨겁다. 한인사회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축하하는 분위기다. 토미 워터스(Tommy Waters) 호놀룰루시의회 의장은 "120년 동안 호놀룰루 한인들은 큰 성장을 하고 하와이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당장 제 딸이 케이팝(K-POP) 팬"이라며 "호놀룰루시의회도 한국 이민 120주년을 기념하겠다"고 했다.

지난 21일 하와이 주정부 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룩 부주지사는 "120년 전 인천에서 하와이로 온 80여 명의 첫 이민은 매우 뜻깊고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한국 문화는 하와이에 깊숙이 들어왔고 많은 사람이 이민 120주년을 축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이시은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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