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쓸 일도 없죠." 성남종합버스터미널 6년차 관리직 고모(48)씨는 수북하게 쌓인 명함을 바라보며 말했다.
5일 낮 고씨를 만난 성남종합버스터미널 매표소는 어둠에 잠겨 있었다. 이미 터미널 운영이 종료돼 폐쇄됐기 때문이다. 터미널 운영사인 NSP 직원 14명 중 8명이 권고사직 처리됐고, 남은 직원 중 일부도 조만간 계약이 만료돼 길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경강선 개통·코로나 사태 타격"
지난 2016년 경강선이 개통한 게 영향이 컸다. 편리한 철도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자 30%나 수요가 감소했고, 이어 닥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매출이 절반까지 줄었다. 그는 "운영사에서 자구책으로 인원 감축·근무시간 조정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버스터미널 폐쇄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버스터미널 폐쇄 사례가 잇따르면서 민간운영사 소속이었던 매표소 직원, 현장 관리자, 청소노동자 등도 거리로 쫓겨나는 상황이다. 버스터미널 상인들도 우려가 크다. 터미널을 찾는 이용객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떨어진 버스터미널의 몰락은 대중교통에 의지하던 교통 약자층뿐 아니라 인근 소상공인들의 피해로도 이어지는 실정이다. 의정부시외버스터미널은 카페, PC방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10곳 이상 운영됐지만 현재 운영 중인 점포는 지상 1층의 4곳만 남았다. 건물의 지하 1층과 지상 2층은 터미널 운영사 사무실 외엔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이곳에서 30년 동안 슈퍼를 운영한 A씨는 "코로나가 확산한 2020년부터 손님이 끊겨 2년 동안 월세가 계속 밀리고 있다. 월 매출은 이전의 10% 수준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미 10년째 적자가 거듭됐다는 고양 화정터미널의 자영업자 한모씨는 "터미널에 흔한 편의점도 없어 우리 떡집 가게에서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판매하는데 손님은 많아 봤자 하루 다섯명 꼴"이라고 했다.
'준공영제' 거론, 근본 해법 의문
만약 준공영제를 시행하더라도 노후 터미널 시설을 신·개축하는 것에도 많은 예산이 소요돼 잠시 산소호흡기를 다는 정도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 관련기사 3면([사라진 버스터미널이 남긴 것·(下)] 교통복지 기능 살릴 방법은)
/이시은·김산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