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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8시께 접속한 '시XX톡' 홈페이지. 저녁 시간이 되면 "서버 점검 중"이란 문구와 함께 접속을 차단하며, 오전 10시에 다시 홈페이지를 연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디지털 성범죄' 문제로 비화한 채팅 사이트 '시XX톡'(2월16일자 7면 보도=피싱 채팅, 직접 해보니… 순식간에 '코인 100만개' 쌓여) 업체 관계자가 1:1 비밀 대화방을 지켜보며 사진을 수집한 뒤 협박에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시XX톡'은 채팅하는 상대 남성이 실제 이용객이 아니라 업체 관계자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성인 전용 채팅 사이트'라는 홍보가 무색하게 '워라밸'을 지키며 운영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고 한밤중에는 셔터를 내렸다. '시XX톡' 가입 초대 코드를 보냈던 관계자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상담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라고 나와 있다.
성인 전용 채팅 사이트라는 홍보 무색하게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접속 가능
가입 코드 보냈던 관계자 상담시간과 비슷
1:1 채팅 남성에게 보낸 사진 가지고 있기도
피해자들 '말투 비슷하다' 근거로 동일인 의심
21일 오전 접속 차단됐지만 해외 IP 서버 이용
주소 변경해 또 다른 사이트 꾸릴 수 있는 실정
이런 점을 토대로 피해자들은 초대 코드를 보낸 관계자가 '시XX톡' 채팅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유추한다. 관계자가 채팅 상대 남성인 듯 위장해 대화를 진행하면서 대화방에서 오간 사진을 모아 협박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시XX톡'에게 사진 유포를 협박받은 B씨와 C씨는 "1:1 채팅 남성에게 보낸 사진을 어떻게 '시XX톡' 초대 코드를 보낸 사람이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피해자 A씨와 B씨는 '시XX톡' 고객센터와 초대 코드를 보낸 관계자 말투가 비슷하다는 점을 근거로 이 둘이 동일인이라 의심했다.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XX톡'에서 모은 금액이 100만코인이 넘은 뒤로 채팅 남성에게 메시지를 보내면, 가입 초대 코드를 보내온 관계자에게 실시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아왔다. 100만코인을 모으면 무조건 환전해야만 채팅을 이어갈 수 있는 게 '시XX톡' 이용 규칙이다. 환전을 진행하기에 앞서 '다이아 등급' 승급 금액인 80만원을 계좌 이체로 보내야 하는데, 이 과정을 무시하고 채팅을 계속하면 계정이 정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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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XX톡'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리온 게시글. 상호명을 '달X톡'이라고 명시한다. '시XX톡'의 이전 이름이 '달X톡'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다이아 등급'으로 승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채팅 남성에게 메시지를 보내 봤다.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관계자에게 "왜 말을 안 듣나. 대화만 해도 코인이 (자동으로) 쌓이는 거다. 승급한 뒤에 환전받고 이용해야 한다"는 경고 카톡이 왔다. 1:1 채팅을 모니터링하는 걸로 의심되는 상황이나, 이 관계자는 "나는 그냥 추천인이다. 환전하지 않고 대화하면 (나한테) 감지된다"고 얼버무렸다.

이런 가운데 21일 오전부터 '시XX톡' 사이트는 접속이 차단됐다. 하지만 해외에 IP 서버를 뒀기에 주소만 변경해 또 다른 피싱 채팅사이트를 꾸릴 수 있는 실정이다. 그간 '시XX톡' 사이트에는 "저희 '달X톡'에서는 안전한 거래를 위해 계좌번호는 1회만 입력하도록 설정했다"는 공지사항이 게시돼 있었다. '시XX톡' 이전 이름이 '달X톡'이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시XX톡' 관계자가 운영한다고 의심받는(2월17일자 5면 보도=구매대행서도 신종 피싱사이트 같은 방식 범죄 정황) '디XX'도 현재 사이트 주소와 이름만 변경해 비슷한 상호의 '디X원X'을 만든 상황이다. 결국 '시XX톡'과 '디XX' 운영 총책이 검거되기 전까지 이들은 IP 주소만 변경해 음지에서 영업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XX톡'과 '디XX' 피해가 경기, 인천, 서울, 대구, 전주, 경남 등 전국에서 다수 접수되기 시작하면서 경찰도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