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홉번째 봄을 맞은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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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9주기 추모식에서 참석자들의 헌화가 이어지고 있다. 2023.4.16 /김용국기자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49분. 탑승객 476명을 태우고 제주도를 향해 인천에서 출항했던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군 앞바다에서 표류, 침몰하기 시작했다. 세월호에서 구조된 이들은 불과 172명. 기다리라는 방송만 믿고 구조를 기다렸던 299명은 차디찬 바닷속에서 숨을 거뒀고 5명은 아직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한 실종자로 남았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벌써 9년째지만,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목적으로 2018년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는데, 명확한 침몰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고 지난해 9월 활동을 종료했다.

지지부진한 건 진상규명뿐만이 아니다. 비극적인 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을 추모·기억하고 이런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규명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외침은 여전히 허공에 맴돌고 있다.

세월호 침몰원인 규명 못한 특조위
첫 삽도 못 뜬 '4·16생명안전공원'

세월호 참사 추모를 목적으로 건립이 추진됐던 '4·16 생명안전공원'은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듬해인 2015년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안산 화랑유원지 내 추모시설을 조성하기로 했는데 총사업비 협의 등으로 착공이 늦어져 준공시기가 2026년으로 미뤄졌다.

2021년 설계공모를 마쳐 지난해 하반기 착공을 예상했는데 기획재정부와 총사업비 협의를 진행하는 등 행정절차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해당 부지는 텅비어있다.

봉안시설 등을 포함한 추모공간 조성을 둘러싸고 일부 주민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납골당을 기피시설로 보는 인식 때문인데, 3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반대 서명을 안산시에 전달했고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가 반복되고 있다.

유가족들은 비극적인 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된 이들을 추모, 기억하고 이런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규명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이들을 추모하고 기억할 공간 조성부터 쉽지 않은 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희생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원고 학생을 추모하기 위한 '4·16 기억교실', '4·16 민주시민교육원' 건립 역시 부지 선정 문제로 갈등을 겪다 안산교육지원청에 2020년에야 문을 열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의회 앞으로, 지금은 "임시공간 운영 기간 만료"를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철거 통보를 받은 '세월호 기억공간'도 비슷한 처지다.

추모·기억하고 치유·반성하려는 모습 대신, 책임을 떠넘기며 빨리 잊어버리고 갈등·반목의 소재로 삼는 것이 3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사회의 모습인 셈이다.

■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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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태원 참사 현장인 서울 이태원역 인근 해밀턴호텔 옆 골목,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 2023.4.16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

=추모공간의 찬반 대치가 뚜렷한 건 이태원 참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이태원의 한 자영업자는 추모공간에 붙은 포스트잇과 벽지들을 훼손해 입건됐다. 이유는 '추모시설 때문에 장사가 되지 않는다'라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인데, 이태원이 수백명의 참사가 발생한 곳인 동시에 대표적 관광특구이자 상권지역이란 특수성을 지닌 곳이란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사 바로 다음 날부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추모 공간이 두달 만에 대부분 정비된 가장 큰 이유도 지역 상인들의 생존 때문이다. 실제 참사가 발생한 해밀턴호텔 골목 바로 옆 상가는 1, 2층이 모두 비워진 상태로 '임대'란 딱지만 붙어 있다.

2달여만에 정비된 이태원 추모공간
'10·29 기억의길' 공공의 관리 전무
정부·유족간 갈등 길어지는 상황도

현재 사고 현장 골목에 시민들이 마련한 추모 공간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은 공공의 관리 밖에 있었다. 별도의 관리인은 아무도 없고, 벽에 떨어질 듯 위태롭게 붙은 포스트잇은 수차례 내린 비와 강풍을 견뎌 빳빳해진 상태로 해져있다.

공간 구석에 있는 테이블 위로 조그마한 서랍장은 '펜' '포스트잇' '테이프'란 안내표가 붙어 있어 시민이 직접 글을 써서 붙이면 되는데, 추모를 진행하는 동안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는 전혀 없는 셈이다.

정부와 유족 간의 갈등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도 세월호와 맞닿아 있다. 유족 단체는 정부의 공식 사과, 진상조사기구 설치와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5일까지 '10·29 진실버스'를 타고 열흘간 전국을 순회했다.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농성도 이어가고 있지만, 정부의 응답은 없는 상태다.

와중에 서울시는 유가족과 대화 중단을 선언하고, 시청 광장의 분향소가 '무단 점거'된 것이라며 변상금 2천900만원을 부과하고 나섰다.

/신현정·고건기자 g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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