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참사에 따른 추모공간 조성은 '회복과 치유'를 위해서다. 치유의 대상은 참사로 가족, 친구 등을 잃은 이들만이 아니다. 재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 사회를 치유하고 시민들의 마음을 튼튼하게 해준다. 특히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추모공간은 우리 모두의 치유공간
■추모공간은 우리 모두의 치유공간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추모하는 것은 떠나보낸 사람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있지만, 남아있는 시민들의 치유 효과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트라우마다. 참사를 간접적으로 목격해도 트라우마가 생기고 연계돼 아파하는 사람들 역시 심리적 질병을 앓게 된다. 이런 것들에 대한 치유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참사를 그냥) 묻어버리고 덮어버려 막는 것은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길게 보면 추모는 기억해야 하고 보내는 시민 입장에서도 치유로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전반 트라우마 치유 가장 중요
그동안은 조성 노력 해본 적 없어
갈등 발생 사회적 합의과정 필요
일상적 장소 4·16공원 조성 의미
백종우 경희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도 "사회적 참사로 한꺼번에 많은 생명을 잃게 되면 우리 사회 전반에 충격을 준다. 여기에 대한 극복은 개인적인 접근, 상담만으로는 어렵다. 사회적으로 애도·기억하고 재발을 막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사회적 참사 치유에 가장 중요하다"면서 "9·11 메모리얼 뮤지엄 안쪽에는 희생자를 검색해 한 명 한 명의 삶과 사진을 볼 수 있게끔 기록을 모아놓은 곳이 있다. 이곳에서 희생자들의 삶을 보고 슬퍼할 공간도 있다. 이렇게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찾아와주고 하는 추모의 노력이 슬픔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추모공간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고 치유의 역할을 하는데, 추모공간 조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9·11 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하는 데도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오랜 시간 논의가 이어졌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기에 가능 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추모공간을 조성하려고 해본 적이 없어 현재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설득과 신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그동안 추모공간을 조성하려고 노력해본 적이 없다. 어느 정도 갈등이 생기고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라며 "추모공간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하다. 혐오시설로 본다면 지역경제 피해를 본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인데, 추모공간은 9·11 메모리얼 파크처럼 오히려 회복과 치유의 상징, 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참사 유가족들의 경우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참사 현장에 추모공간을 조성하길 원한다. 전문가들도 참사가 발생했던 곳에 추모공간을 조성하면 좋겠지만, 무작정 밀어붙이기보다는 추모공간 조성이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 된다는 설득이 필요하며 만일 참사 현장에 추모공간 조성이 어렵다면 최대한 일상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공간에 추모공간을 조성하면 좋겠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일 수는 없다. 반대하는 시민들을 설득해야 하고 반대한다면 접근이 가능한 공간에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병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백 교수는 "추모공간을 어디에 조성하느냐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참사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다. 유가족은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고통스러운 일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를 일반적으로 원하는 이유"라며 "추모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개념으로 설득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신뢰를 쌓아 조성한다면 성공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사회적 참사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모든 국민의 안전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백 교수는 말했다.
"괴로운 일은 계속 쳐다보고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는 참사가 생기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선진국이라 생각한다. 유가족 입장을 경청하고 함께 기억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산 4·16 생명안전공원, 터닝포인트 될까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과거 참사를 대했던 우리 사회 모습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단지 참사는 슬프고 괴로운 일이니 빨리 잊고 다시 출발하자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늦더라도 천천히 함께 가자는 연대 의식보다는 성장이 시급했던 과거 우리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추모방식에서도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추모공간을 기피시설이 아닌 우리 모두의 치유, 회복을 위한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4·16 생명안전공원'이 앞으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의 주요 터닝포인트로 꼽힌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인 4·16 생명안전공원은 안산 화랑유원지에 생긴다. 화랑유원지는 주말이면 안산시민들이 모여 운동을 하고 학생들이 소풍을 오는 공간이다. 시민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인 셈이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이 열리기 전 찾은 4·16 생명공원 부지는 수풀만 무성했지만, 그 옆으로는 따스한 날씨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이 오갔다. 김민환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교수는 이처럼 일상적인 공간에 4·16 생명안전공원이 조성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추모공간은 쉽게 갈 수 없거나, 특정한 날에만 가는 곳으로 조성됐다. 평소에는 잊어버리고 특별한 날에만 기억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추모공간이 조성되면 참사는 이제 끝이다 이렇게 종결하는 선언의 의미를 담게 됐고 제대로 무언가를 기억하겠다는 기능은 사라졌다"면서 "4·16 생명안전공원은 위치적으로 의미가 있다. 일상적인 공간으로 들어가기에 이곳이 죽음을 추모하는 곳이지만, 일상과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다. 4·16 생명안전공원을 화랑유원지로 확정하기까지 6년 넘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조성이 완료되면 우리 사회에는 굉장히 중요한 사례"라며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조성을 인근 상인들이 반대하는 것은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이 웃고 즐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사회에는 추모공간 조성에 따른 효과를 보여주는 물질적 힘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은 조성 노력 해본 적 없어
갈등 발생 사회적 합의과정 필요
일상적 장소 4·16공원 조성 의미
백종우 경희대학교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도 "사회적 참사로 한꺼번에 많은 생명을 잃게 되면 우리 사회 전반에 충격을 준다. 여기에 대한 극복은 개인적인 접근, 상담만으로는 어렵다. 사회적으로 애도·기억하고 재발을 막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사회적 참사 치유에 가장 중요하다"면서 "9·11 메모리얼 뮤지엄 안쪽에는 희생자를 검색해 한 명 한 명의 삶과 사진을 볼 수 있게끔 기록을 모아놓은 곳이 있다. 이곳에서 희생자들의 삶을 보고 슬퍼할 공간도 있다. 이렇게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찾아와주고 하는 추모의 노력이 슬픔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추모공간은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고 치유의 역할을 하는데, 추모공간 조성은 쉬운 일이 아니다. 9·11 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하는 데도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오랜 시간 논의가 이어졌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기에 가능 했던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추모공간을 조성하려고 해본 적이 없어 현재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설득과 신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그동안 추모공간을 조성하려고 노력해본 적이 없다. 어느 정도 갈등이 생기고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라며 "추모공간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하다. 혐오시설로 본다면 지역경제 피해를 본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인데, 추모공간은 9·11 메모리얼 파크처럼 오히려 회복과 치유의 상징, 많은 사람이 찾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참사 유가족들의 경우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참사 현장에 추모공간을 조성하길 원한다. 전문가들도 참사가 발생했던 곳에 추모공간을 조성하면 좋겠지만, 무작정 밀어붙이기보다는 추모공간 조성이 사회적으로 더 이익이 된다는 설득이 필요하며 만일 참사 현장에 추모공간 조성이 어렵다면 최대한 일상 속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사고가 발생한 공간에 추모공간을 조성하면 좋겠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일 수는 없다. 반대하는 시민들을 설득해야 하고 반대한다면 접근이 가능한 공간에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병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백 교수는 "추모공간을 어디에 조성하느냐에 대한 시각은 다양하다. 참사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다. 유가족은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고통스러운 일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장소를 일반적으로 원하는 이유"라며 "추모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개념으로 설득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신뢰를 쌓아 조성한다면 성공적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사회적 참사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모든 국민의 안전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백 교수는 말했다.
"괴로운 일은 계속 쳐다보고 공간을 조성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은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는 참사가 생기지 않는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선진국이라 생각한다. 유가족 입장을 경청하고 함께 기억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산 4·16 생명안전공원, 터닝포인트 될까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과거 참사를 대했던 우리 사회 모습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단지 참사는 슬프고 괴로운 일이니 빨리 잊고 다시 출발하자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늦더라도 천천히 함께 가자는 연대 의식보다는 성장이 시급했던 과거 우리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추모방식에서도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추모공간을 기피시설이 아닌 우리 모두의 치유, 회복을 위한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런 점에서 '4·16 생명안전공원'이 앞으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의 주요 터닝포인트로 꼽힌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인 4·16 생명안전공원은 안산 화랑유원지에 생긴다. 화랑유원지는 주말이면 안산시민들이 모여 운동을 하고 학생들이 소풍을 오는 공간이다. 시민들의 일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인 셈이다.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이 열리기 전 찾은 4·16 생명공원 부지는 수풀만 무성했지만, 그 옆으로는 따스한 날씨를 즐기러 나온 시민들이 오갔다. 김민환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 교수는 이처럼 일상적인 공간에 4·16 생명안전공원이 조성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추모공간은 쉽게 갈 수 없거나, 특정한 날에만 가는 곳으로 조성됐다. 평소에는 잊어버리고 특별한 날에만 기억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추모공간이 조성되면 참사는 이제 끝이다 이렇게 종결하는 선언의 의미를 담게 됐고 제대로 무언가를 기억하겠다는 기능은 사라졌다"면서 "4·16 생명안전공원은 위치적으로 의미가 있다. 일상적인 공간으로 들어가기에 이곳이 죽음을 추모하는 곳이지만, 일상과도 함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것이다. 4·16 생명안전공원을 화랑유원지로 확정하기까지 6년 넘게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조성이 완료되면 우리 사회에는 굉장히 중요한 사례"라며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 조성을 인근 상인들이 반대하는 것은 장사가 되지 않을 것이고 사람들이 웃고 즐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탓이다. 사회에는 추모공간 조성에 따른 효과를 보여주는 물질적 힘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현정·고건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