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창원
지난 24일 오후 3시 30분께 경남 창원시 성주동 한국지엠 창원공장 정문 앞에서 부평공장에서 파견 온 노동자(47)를 만났다. 그는 "회사가 올해부터 '한국지엠'이 아닌 '지엠 한국사업장'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한국지엠 대규모 파견(배치전환)은 부평 2공장 생산 중단에서 비롯됐다. 근본적 원인 제공자는 글로벌 GM이다. 사진은 입사 15년이 넘는 창원공장의 부평 노동자가 GM을 바라보고 있고, 그 곁으로 창원공장 노동자들이 자전거로 출근하는 모습이다. 2023.5.24 /기획취재팀

글로벌 GM은 지난해 11월 인천 부평 2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를 멈춰 세웠다. 이 공장에서 기름밥 먹으며 인천에 터를 잡아온 노동자 시민 약 1천200명의 일터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그 가족까지 셈하면 3천600여명의 생계 기반이 흔들리는 엄청난 사태였지만 의외로 이 도시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회사는 부평 2공장 인원 중 500명 정도를 부평 1공장에 배치하고 700명가량은 창원공장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년 전 군산공장 폐쇄의 아픔이 아직 가시지 않은 시기였다.

'무급 휴직'보다는 '유급 순환'이 더 나은 선택이었고 노사가 합의한 사항이었지만, 인천을 떠나고 싶은 이들은 없었을 게다. 취재 중 만난 한 노동자 말처럼 "20~30년간 인천을 벗어나 본 적 없이 집, 공장, 집, 공장 하며 살아왔던 사람들"이었다.

400㎞ 떨어진 인천 출퇴근 불가능
650명중 403명 잔류 희망에도 발령
대규모 인사 주목… 신병 휴직자도


12월 9일, 인사 통보 문자메시지를 받은 창원공장 파견 노동자들. 집에서든 공장에서든 굳세 보이던 '대공장 아저씨'들이 하나둘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흘 뒤, 본인 의사에 반해 창원공장으로 650명에 대한 인사 발령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전보 희망자(247명)도 있었지만, 나머지 403명 대부분은 부평 잔류를 희망했던 파견자였다.

회사는 파견 기간을 '2년'(올해 정년퇴직자는 1년)이라고 했지만 '연장 등 변동 사항은 노사 협의로 결정한다'는 단서를 열어 놓았다. 파견 기간 연장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인사 이후 일부 퇴직자, 변경자(파견→전보)가 발생해 5월 현재 창원공장 파견자 수는 362명으로 파악된다.

부평에서 약 400㎞ 떨어진 창원공장은 대중교통으로 4시간30분, 개인 차량으로 5시간30분 거리다. 매일 인천에서 창원으로 출퇴근할 수 없는 거리다 보니, 파견 노동자들은 한순간에 '기러기 아빠' 처지가 됐다. 자녀 유학은 선택이지만 지방 파견 근무는 노동자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반강제적 회사의 인사 명령이었다. 미혼 노동자들도 기존 생활권이 붕괴된 건 마찬가지다.

경인일보 기획취재팀은 두 달 전부터 이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0일 KTX를 타고 창원으로 내려가 첫 사전 인터뷰를 했다. 그들의 달라진 일상을 취재하고, 지방 파견 근무가 심적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들여다봤다.

창원 파견 노동자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정규직이고 해고된 것도 아닌데 뭐가 어렵나"라는 주변의 반문도 이따금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지방 파견 사태는 드문 일이라 주목했다. 파견 근무를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몸과 마음의 병이 동시에 와서, 혹은 불안한 가족을 두고 창원으로 떠날 수 없어서 진단서를 내고 신병 휴직 중인 이들도 있다. 창원에 갔지만 버티지 못해 신병 휴직을 시작한 노동자도 적지 않다.

신병 휴직자는 월 200만원 안팎의 임금을, 그것도 6개월까지만 받을 수 있다. 그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계의 부담이 크지만 공장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애태우는 이들이다. → 3면에 계속([한국지엠기획-GM부평노동자, 창원 파견 그후·(上)] "이렇게 아프게 된 내 처지가 서글프다")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취재 : 김명래 팀장, 한달수 기자
사진 : 김용국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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