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인천 부평 2공장 가동 중단(2022년 11월), 노동자 본인 의사에 반한 대규모 파견 인사(2022년 12월) 그리고 창원공장 파견 노동자의 정신건강 위험 징후 확산. 이런 일련의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막으려면 한국지엠이 노동자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긴급 대책을 수립·시행하는 일이 우선이다.
문제의 발단은 부평 2공장 가동 중단이다. 글로벌 GM(이하 GM)이 부평 2공장에 전기차 생산 물량을 배정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한국지엠 부평 1·2공장은 인천경제의 큰 버팀목으로 노동자 수천 명이 이 공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한다. 생산 물량 배정은 오로지 GM의 판단 여하에 달린 게 현실이지만 지역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기획취재팀은 그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섰다. 'GM이 멈춘 부평 2공장 생산 라인은 언제쯤 다시 가동될까.' '부평공장의 고용 유지·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은 어떤 방식으로 구축돼야 할까.'
후속차종 없는 부평1·2 존속 불투명
노조 "CUV 유치해야 미래 담보 가능"
전기차 설계·생산경험 해외보다 우위
기업투자 인센티브 적용 제외 비관론
생산직 줄이고 사무직 늘리는 기조도
홍영표 의원 "모든 수단 강구할 것"
■ 낙관론, 비관론 엇갈리는 한국지엠 부평공장
부평 1공장 생산(예정) 차종은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엔비스타 두 가지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026년 3월까지, 뷰익 엔비스타는 2029년까지 생산이 예정돼 있다. 부평 1공장은 2027~2028년 후속 생산 차종이 결정되지 않으면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부평 2공장 역시 후속 생산 물량을 확보해야 재가동 시점을 가늠할 수 있다.
GM은 2025년까지 25개 전기차를 개발·생산하는 계획을 갖고 있고 그중 7종을 올해 출시할 예정이지만, 현시점에서 부평 1·2공장에 대한 전기차 생산 계획은 없다.
한국지엠 노조는 "부평공장에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전기차를 유치해야 한국지엠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의 전기차 유치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린다.
낙관론은 한국지엠이 2013년 창원공장에서 쉐보레 스파크 EV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 차량의 후속 모델 볼트 EV는 인천에 있는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가 연구·개발과 설계를 도맡았다.
스파크 EV는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한계로 4년 만에 단종됐고 볼트 EV는 전량이 북미에서 생산됐지만, 현재 GM의 해외사업장 가운데 전기차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경험한 곳은 한국지엠이 유일하다. 전기차의 상품성을 가르는 '조립 품질'에서도 한국지엠은 GM의 다른 해외사업장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이 기업의 투자 인센티브 적용 대상 지역에서 제외된 현실은 비관론의 핵심이다. 정부는 5월 9일 국가전략기술·시설 투자 세액공제 대상에 전기차 분야를 포함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은 최대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길을 열었다. 하지만 인천은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 묶여 있어 제외됐다.
GM이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생산직을 줄이고 사무직을 늘리는 기조가 한국지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GM이 부평공장 신규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2029년까지만 생산한 다음, 연구·개발의 GMTCK만 남긴 채 생산 공장을 정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부평공장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모든 수단 강구"
5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현안 질의에 참석한 장·차관들에게 홍영표(민·부평구을) 의원은 책 '제인스빌 이야기'를 선물했다. 이 책은 미국 한 소도시에서 GM 공장이 폐쇄돼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은 후 발생한 '사회적 재난'을 다룬 기록이다.
대우차(한국지엠 전신) 생산직 출신 홍영표 의원은 국회에서 부평 1·2공장 생산 유지와 지역 일자리의 상관관계를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부평 1·2공장 생산직은 약 2천700명이었지만 부평 2공장 가동 중단으로 약 60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홍 의원은 외국인투자기업이 첨단 산업으로 기존 공장시설을 교체할 때 현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의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안' 마련을 이끌었다. 앞으로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인 인천에 투자하는 전기차 분야 기업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노동자에게 일자리는 인간으로서 삶이자 가족을 위한 최소한의 울타리인데, 부평 2공장에서 창원으로 간 노동자의 고통을 담은 (경인일보) 기사를 읽고 가슴이 먹먹했다"며 "부평공장의 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미 철수설 등으로 지역에 큰 고통을 안겼지만 이젠 다시 부평공장이 멈추지 않도록 마지막 노력을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 표 참조
/기획취재팀
※기획취재팀
취재 : 김명래 팀장, 한달수 기자
사진 : 김용국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