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는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나 78년간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신문은 단순한 '종이'가 아닙니다. 경기도와 인천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으며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와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경인일보의 역사가 경기도와 인천의 역사라고 말합니다. 그토록 소중한 신문은 지금도 '경인일보 자료실'에 차곡차곡 모아 정성껏 보존하며 경기도사, 향토사 등 각종 연구의 귀중한 토대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보존하는데 그치지 않고 옛 신문을 디지털 자료로 복원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보물 같은 그 역사를 독자에게 소개하고자 '레트로 K'를 시작합니다. 경인일보와 독자가 함께 쌓아올린 모두의 역사를 통해 과거를 읽고 현재를 돌아보며 미래를 준비하는 첫 걸음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주
1990년 9월 9일부터 11일, 경기도, 인천 지역에 내린 비는 '폭우'였다. 1990년 9월12일자 경인일보는 '물바다가 된 경기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노아의 방주처럼 사흘 간 내린 비를 '대홍수' '사상최악의 폭우'라 표현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당시 사흘간 의왕시에 내린 비의 양은 610㎜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원·성남·안산·군포·광주에도 500㎜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한강이 범람해 제방이 무너지고 그 물이 고양시(당시 고양군)을 덮치면서 원당·신도·일산 등 7개 읍면이 침수되고 1만1천689가구, 4만5천8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인명피해로도 이어졌다. 이 비로 경인지역은 91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이 역시도 아직 피해 상황이 제대로 복구되지 못해 정확한 집계가 되지 못했음을 기사에서 밝히고 있다. 더 많은 피해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90년 9월의 대홍수는 1984년 9월에 발생했던 홍수를 기억해냈다. 이날의 기사에서 '이번 집중호우는 그 양상이 1984년 9월의 홍수 때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미리 대비하지 못함을 탓했다. 1984년 9월의 홍수를 기록한 1984년 9월 3일자 기사엔 단 3일간 기습적으로 내린 폭우로 경인지역에서만 25명이 사망하고 22명이 실종됐다.
농작물 피해를 제외하고 재산 피해액만 48억8천만원에 달했다. 특히 이때 폭우를 두고 기사는 '자연의 위력 앞에 한없이 무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힘임을 깨닫게 해준 호우였다'고 표현했는데, '이번 호우로 피해가 엄청났던 것은 비의 양도 양이지만 단시간에 집중적이었던 데 에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당시 1일 새벽 4시부터 5시까지, 1시간 동안 퍼부인 비의 양이 74.2㎜로 당시 기상대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예고 없이, 갑자기 내린 엄청난 양의 비에 놀란 가슴은 33년 전에도, 39년 전에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과거의 기사에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폭우가 내린 '원인'에 대한 분석이었다. 기사는 1990년 9월의 폭우도 '엘리뇨'와 '기상이변'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해를 몰고온 엘리뇨 현상은 중국대륙의 섭씨 19~20도의 차가운 고기압과 한반도 남쪽의 27~28도의 더운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부딪히면서 거대한 기단(氣團)사이에 정체전선을 형성해 서울·경기·인천 등 중부지역에 집중호우를 뿌렸다…이와 함께 약 11년 주기로 활동이 왕성해지는 태양흑점의 영향과 지구의 대기상승에 의한 온실효과 등 기상이변이 나타나면서 집중호우를 예견했다'
2015년 파리협정, 그 이전 1997년 교토의정서 등을 통해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질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전인 1990년 9월과 1984년 9월의 폭우로 우리는 어쩌면 진작에 재난 영화에서나 '종말의 날'로 묘사될 법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지 모른다. 그저 '먼훗날'이려니 눈 감았고 행동을 시작했어야 할 골든타임을 우리 스스로 놓쳐버린 것일 수 있다.
2015년 파리협정, 그 이전 1997년 교토의정서 등을 통해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달라질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전인 1990년 9월과 1984년 9월의 폭우로 우리는 어쩌면 진작에 재난 영화에서나 '종말의 날'로 묘사될 법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지 모른다. 그저 '먼훗날'이려니 눈 감았고 행동을 시작했어야 할 골든타임을 우리 스스로 놓쳐버린 것일 수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