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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31일자 경인일보 지면. /경인일보 아카이브

 

'경기 불황이 심화되자 인천지역 백화점에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인 블랙 컨슈머가 급증하고 있다. 억지성 교환·환불 요청은 기본, 쇼핑 도중 부상을 당했다며 위로금을 요구하는 등 천태만상이다.' (2008년 10월 31일자 지면 보도=고객양심에 '다크서클' 불황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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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3일자 경인일보 지면. /경인일보 아카이브
 

'경기지방경찰청이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협박과 모욕, 악성 민원 등에 강력 대처키로 했다. 이달 초부터 정당한 법 집행에도 경찰관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당한 사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현장 지원 태스크포스 팀과 법률지원팀을 구성, 본격 운영 중이다.' (2009년 5월 13일자 지면 보도=경기경찰 "공무집행방해 강력 대처")
악성 민원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전쟁의 역사 또한 길다. 1997년 처음 제정된 '민원 사무 처리에 관한 법률'은 각종 악성 민원 논란이 도마에 오를 때마다 보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대표적으로 2016년 법이 전면 개정돼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로 정비되면서 이전 법엔 없던 민원인의 의무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민원인은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의 적법한 민원 처리를 위한 요청에 협조해야 하고 행정기관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다른 민원인에 대한 민원 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여선 안 된다'는 내용이다. 해당 법은 지난해에도 개정돼 악성 민원 관련 법적 대응을 총괄하는 부서를 의무 지정케 하고 민원 처리 담당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법 '민원인 의무사항' 추가
'누군가의 가족' 전화멘트 도입
다양한 조치에도 실질해법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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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폭언·폭행 민원 발생상황 대비 모의훈련'에서 직원들이 민원인 난동상황을 가정해 경찰관이 오기까지 폭력 민원인을 직접 제압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경인일보DB


블랙 컨슈머를 방지하고 제재하기 위한 제도도 꾸준히 마련돼왔다. 지난 2021년 블랙 컨슈머에 대한 스트레스로 소상공인이 숨진 이른바 '새우튀김 갑질 사건' 이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된 게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학교 악성 민원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여야가 앞다퉈 교권 보호를 위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제도 보완을 넘어 보호 장치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다수의 민원 전화가 '지금 전화를 받는 직원은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멘트로 시작하는 게 단적인 예다. 악성 민원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 내용을 녹음할 수 있고 폭언 등이 있으면 상담을 종료할 수 있는 매뉴얼도 마련됐다.

오프라인 공간엔 CCTV와 함께 경찰서, 보안업체가 연결된 비상벨이 설치됐다.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올해는 보디캠마저 등장했다. 민원 처리 과정을 촬영하고 녹음할 수 있는 기기다. 각 지자체는 물론 최근엔 전국 세무서에도 민원 응대용 녹음기가 보급됐다.

그러나 이처럼 오랜 전쟁의 역사에도 악성 민원은 쉬이 근절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현장에선 악성 민원 예방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조치는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응해왔다는 것이다.

신동근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은 "민원인이 긴장감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조치여야 한다. 그런데 전화 녹취만 해도 욕설이나 폭언 사실이 발생하면 그때부터 녹취하도록 지침이 마련돼있다. 이런 식이라면 예방할 수가 없다. 오프라인에선 악성 민원인이 기물을 부수고 폭행까지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정말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한데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경기 교사들 63.3% "혼자 감내"
"책임 있고 즉각적 시스템 필요"


악성 민원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 수석부위원장은 "악성 민원 피해를 입으면 정신적 충격 때문에 휴식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동료의 업무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체로 그냥 참고 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역시 악성 민원 등으로 교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응답자의 63.6%가 혼자 감당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즉각적이고 책임 있게 보호할 수 있는 기관과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 관련기사 3면([악성민원, 일상의 공포가 되다·(下)] '대한민국 전반 변화 필요' 전문가 제언)

/강기정·김준석·김동한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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