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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은행을 제외한 5개 지방은행이 수도권인 경기도까지 대거 진출한 후 8년 동안 지점을 늘려가면서 고객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14일 오전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부산은행 경기금융센터에서 고객들이 가계대출 상품 등을 상담하고 있다. 2023.8.1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방은행은 경기도에 첫 진출한 후 8년 동안 지점을 늘려가면서 고객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비수도권 경제의 장기 침체,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치열해지는 시중은행과의 경쟁 등을 이유로 향후에도 지방은행은 경기도에 더욱 중점을 둘 전망이다.

■ PRM·모바일 등 다방면으로 고객 유치


= 지방은행의 전체 여신액 대비 수도권 비중은 매년 증가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대 지방금융지주회사(JB·DGB·BNK)의 전체 여신액 중 수도권(서울·인천·경기) 비중은 14.6%로 집계됐다.

5년 전인 2018년(9.9%) 대비 4.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들 은행의 전체 지점(지난 3월 말 기준, 612개) 중 수도권 소재 지점(59개)이 9.6%인 것에 비하면 수도권 여신액 비중이 높은 셈이다.

수치로는 2015년 가장 먼저 경기도에 지점을 낸 JB금융(전북·광주은행)의 수도권 여신액이 10조8천343억원(28.2%)으로 가장 많은 편이었다. 각각 7조9천851억원과 7조7천766억원을 기록한 DGB금융(대구은행, 15.8%)과 BNK금융(부산·경남은행, 8.4%)이 그 다음이었다. → 표 참조

대구 빼곤 GRDP 성장률 평균 미달
7년새 비수도권 점포수 719→553개

지방은행의 영업은 초기엔 수도권에 거주하는 출향민 고객 위주로 이뤄졌다. 이후엔 대규모 공단이 소재한 안산시, 시흥시 등과 IT 기업들이 밀집한 성남시에 지점을 내며 반경을 넓혔다. 시중은행 영업망에 벗어나 있는 기업들에 여러 혜택을 제시하며 시장을 공략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기업 고객 유치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각각 안산 반월공단지점과 시흥 시화공단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초 대구은행은 기업 금융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성남금융센터를 개점했다. 이들 은행은 또 시중은행 퇴직자들을 영입해 기업 영업 일선에 배치하는 PRM(기업금융영업 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엔 자체 플랫폼 개설 및 기존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 등을 통해 모바일 비대면 고객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구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iM뱅크 고객은 지난 2월 말 기준 155만여명으로 2020년 말 기준 93만여명에서 크게 늘었다. JB금융은 대출 중개·관리 핀테크 기업 핀다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공동 대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PRM 제도 등을 활용해 수도권에서 기업 쪽 영업 권역을 넓히고 있다"며 "시중은행과 외형적으로 경쟁을 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예금 금리를 높이는 등 고객 친화적 상품을 통해 시중은행에서 주력으로 하지 못했던 부분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지방 경기 침체 속, 경기도 공략에 사활 거는 지방은행


= 이처럼 지방은행이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본래 거점 지역인 비수도권 경기 침체와 관련 있다.

당초 지방은행은 본래 거점 지역으로 설정한 광역단체 등에 제한적으로 지점을 둘 수 있었지만, 금융위원회에서 2015년 이들 은행이 경기도에서도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결정했다. 비수도권 광역단체들의 지역 경제 침체 등으로 지방은행에도 변화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은 4.2%지만, 주요 지방 금융지주회사 거점 지역의 성장률은 대구를 제외하곤 평균에 미달한 실정이다. 대구는 4.4%를 기록했지만 부산(2.3%), 광주(4.0%), 울산(3.7%), 전북(2.6%), 전남(2.7%), 경북(3.5%), 경남(1.9%)은 평균 이하다.

반면 경기도의 GRDP 성장률은 5.7%로 전국 평균을 상회했다. 지방은행이 오히려 거점 지역 점포 수를 줄여도 경기도 점포는 꾸준히 늘려온 이유다. 2016년 3월 말 지방은행의 비수도권 점포 수는 719개에서 올해 3월 말 553개로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경기도 점포 수는 7개에서 17개로 늘어났다.

지역경제 직격탄 건전성 지표 하락
'대학 금고'도 치열 설자리 좁아져


지방은행의 경기도 공략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소기업 경영난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웠던 비수도권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아 지방은행의 건전성 지표 역시 나빠져서다.

지방은행 5곳의 올해 2분기 연체율은 0.32~1.07%로 집계돼 전년 동기(0.27~0.44%)보다 하단은 0.05%포인트, 상단은 0.63%포인트 상승했다.

또 시중은행이 비수도권 지자체와 지역 대학 금고에도 발을 뻗으면서 지방은행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상황도 한몫을 한다. 지난달 조선대는 주거래 은행을 50여 년 동행한 광주은행 대신 신한은행으로 선정했다. 부산은행이 22년 동안 제1금고를 맡고 있는 부산시의 내년도 시금고 선정엔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여러 시중은행이 경쟁에 참여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수도권의 경우 중소기업이 많은 편인데 코로나19 기간 중소기업 경기가 악화됐다. 그만큼 지방은행도 여파가 있던 것"이라며 "지방은행으로선 그나마 상황이 괜찮은 수도권 영업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고건·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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