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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후 화성시 덴소코리아 화성공장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경기지부 관계자들이 고용해고 규탄 투쟁문화제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26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한국와이퍼 노사가 고용기금 마련에 합의하면서 1년 넘게 지속된 갈등(7월27일자 9면 보도=강제 청산 1년… 다시 '일' 찾는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에 종지부를 찍었다.

16일 오후 1시30분 한국와이퍼 노사는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서 조인식을 열고 회사 청산 이후 노동자들의 재고용을 위한 고용기금 마련에 대해 합의했다.

지난 5일 노사는 고용기금 마련을 뼈대로 한 의견 일치안을 마련했고 이틀 뒤인 7일 노조는 찬반 투표를 진행, 찬성률 95.8%로 의견 일치안을 가결했다.

당초 목표 '고용보장' 실패했지만
노사, 재고용 위한 기금 마련 합의
조합원 철수 일괄 사직서 제출예정

다만 노사는 지난 11일 합의안에 대해 서명하려 했으나 고용기금 지급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조인식을 한 차례 미뤘다.

당시 사측은 기존 위로금 및 퇴직금을 조합원에게 개별 지급하고 기금은 노조에 전체 지급하는 방식을 주장했지만 노조는 기금도 조합원들에게 개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고 노조도 공장 내에 조합원을 전원 철수하고 일괄 사직서를 사측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날 합의로 1년 넘게 마찰을 이어온 노사는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아울러 애초 목표인 고용보장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위로금 지급을 넘어 재고용 기회창출의 기틀을 마련한 데 대해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물론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적자경영을 이유로 회사 청산 계획을 일방적으로 밝힌 사측에 대해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노사합의 없는 회사의 청산 절차는 단체협약 위반이라며 반발한 노조는 단식농성 및 집단 투쟁을 통해 노사 교섭테이블을 어렵게 마련했지만 교섭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한국와이퍼와 노조, 연대책임자인 덴소와이퍼와 덴소코리아,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이 참여하는 '5자 간담회'도 이견을 그간 좁히지 못했다가 지난달 31일 교섭이 재개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최윤미 금속노조 한국와이퍼 분회장은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도움되고 이번 사태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는 영향을 끼치기 위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며 "고용 약자들에 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작은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안산/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