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방은행 공백으로 다양한 금융사업에 애를 먹고 있는 사이, 전국의 지방은행들은 연고이자 간판으로 내건 지역의 금융 정책을 지원사격하거나 수익 일부를 환원하며, 지역과 상생하고 있다.
문제는 상생을 위한 비용을 경기도민들이 일부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적의 15% 가까이 수도권에서 벌어들이는 지방은행들이 경기도에서 번 수익을 자신의 고향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 정작 지역 은행 하나 없는 경기도의 경우 경기도민을 위한 사업에 참여할 금융기관조차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銀 참여 쉽지 않을 것" 지적
道 '경기서민금융재단' 설립 제동
16일 경기도와 금융권에 따르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주요 공약인 '청년 기회사다리금융'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수행기관 공개모집에 나섰지만, 초기 1~2개월 접수 기관이 없을 정도로 금융권이 등을 돌렸다.
사업 설계 당시 '금융권 팔 비틀기'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은행들이 사업 참여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도내 청년이라면 신용점수 상관없이 최대 500만원을 10년간, 저리로 대출해 주는데, 연체와 추심 등도 금융회사가 전담해야 했다.
결국 5대 은행인 하나은행이 참여하며 차질은 피했지만, 서민과 약자를 위한 무조건적 대출 지원이 더는 이익을 내야 하는 은행들의 '선행'에 기댈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대부분 역점 사업 추진을 시중은행에 맡기고 있는 경기도는 은행의 참여 의지에 정책적 방향이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가 저신용자 소액 대출 등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설립을 시도한 산하기관 '경기서민금융재단'도 지난 1월 정부로부터 '민간은행의 사업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제동이 걸렸다.
반면 지방은행들은 연고 지역의 금고도 품고 있어 역점 사업뿐 아니라 지역화폐도 전담해 시·도의 경제 정책을 연계 제공 중이다.
지방은행, 연고지 정책 연계 활발
3대 지방금융, 여신비중 15% 수도권
실제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한 지난 4월 부산·경남은행은 본점에 자체 피해 상담창구를 운영해 금융지원은 은행이, 법률과 행정 지원은 해당 광역단체가 담당하도록 지원했고, 대구은행은 원스톱일자리지원센터와 스타트업보육센터 등 대구시가 추진하는 전문기관들을 입점시켜 합동 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관광과 스포츠 등 지역 상생을 금융상품으로 들고 나온 지방은행도 있다. 광주은행이 출시한 '남도투어적금'은 만기 이전 전남지역 관광지를 방문해 인증할 경우 건당 0.2%p씩, 1년 동안 6회 이상 방문일 경우 0.3%p를 추가(최대 1.5%p) 제공한다.
또 '텐텐양궁적금'은 국가대표 출신인 안산(22) 선수가 소속된 광주여대와 광주은행 양궁단 선수들이 오는 10월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 우승(0.30%p) 및 준우승(0.20%p) 등의 성적을 거둘 때마다 우대금리를 추가해 지역 실업팀의 흥행을 지원한다.
3대 지방금융지주회사(JB·DGB·BNK)의 수도권 여신액 비중이 전체의 14.6%로, 지방은행들은 경기도의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지만, 이들의 수익은 고스란히 자신들의 고향에만 각종 상품과 기금 등으로 환원한다. 경기도 발전에 쓰이는 비용은 사실상 전무하다.
도 관계자는 "기회사다리금융뿐 아니라 여러 금융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수행기관 공모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고 있다"며 "아무래도 경기도만의 지방은행은 없고 대부분 시중은행과 상대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금융기관과 만나 현실에 맞게 사업을 다시 다듬고 세부제안서를 논의하는 등 협약까지 상당한 협의와 은행들의 까다로운 검토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관련기사 3면([경기도에 경기도 은행이 필요하다·(2)] 수익은 경기도에서, 환원은 자신들의 고향으로?)
/고건·김동한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