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방은행은 금고를 맡은 거점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사회 공헌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기도 지자체의 금고를 맡고 있는 시중은행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지역사회 공헌 활동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은행이 경기도에서 거둔 이익은 이들 은행의 거점 지역에 환원되고, 시중은행의 지역 공헌은 비교적 저조해 경기도민들로선 이중으로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에도 경기은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경기도에 진출한 지방은행들(부산은행·경남은행·전북은행·광주은행·대구은행)의 2021년 기준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지원금액 비중은 13%(1천485억원)로 집계됐다. 부산은행이 15.2%로 가장 높았고, 대구은행(13%), 경남은행(12.4%), 광주은행(11.7%), 전북은행(10.8%) 순이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지원금액 비중은 8.1%에 그쳤다.
경기 진출 지방은행 지원비중 13%
"지자체 금고 유지하려면 민심 필수"
지방은행들은 거점 지역 위주로 지역 밀착 경영을 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 지원 사업들이 많고, 오랜 기간 맡아 온 지자체 금고를 유지하려면 지역 민심을 얻어야 한다는 게 지방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구은행은 대구시가 처음 금고를 지정한 1975년부터 1금고를 맡아 왔으며, 부산은행은 부산시 1금고를 2001년부터 담당하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절대적인 금액에선 시중은행에 부족하겠지만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지원금액 비중은 항상 10% 초반대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며 "지방은행이다 보니 지역 상생 취지로 과거부터 사회공헌활동을 많이 해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기도만의 지방은행이 없는 경기도는 본청 및 31개 시군 지자체의 금고를 시중은행이 관리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경기도 31개 시군 중 27곳의 금고를 NH농협은행이 맡고 있다. 나머지 4곳 중 수원시는 IBK기업은행, 부천시·구리시·하남시는 KB국민은행이 맡고 있다. 경기도청은 복수 금고(1금고는 NH농협은행, 2금고는 KB국민은행)다. 본청을 포함해 경기도 금고의 87.5%를 NH농협은행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경기도 전체 예산은 94조7천여만원(본청 38조2천여만원·31개 시군 56조4천여만원)에 달한다. 전국 지자체 예산 중 가장 많은 만큼 은행 입장에선 금고 관리를 맡으면 이자 등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
도내 금고 대다수 관리 5대 시중은행
막대한 수익 대비 '지원 저조' 지적
하지만 시중은행의 지역 사회공헌 활동은 그에 비해선 저조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13조58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지원금액은 6%(7천821억원)에 불과했다.
사회공헌활동 중 구체적인 지역사회·공익 통계를 보면 그 비중은 더 낮아진다. 2021년 5대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지역사회·공익 지원액은 3.1%다. 경기도 지자체 금고를 둔 시중은행들도 마찬가지다. NH농협은행은 8.5%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지만 KB국민은행은 2.1%, IBK기업은행은 1.9%에 그쳤다.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현 금고 지정 평가 기준에서 지역사회 기여도 반영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점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경기도민들로선 지방은행을 금고로 둔 비수도권 지자체 주민들에 비해 돌아오는 혜택이 많지 않은 셈이다. 경기도만의 지방은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고건·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