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은행 전경(수원 인계동)1
사진은 경기은행이 있던 당시 수원시 인계동의 모습. 지금은 사라진 건물들의 모습도 보인다. /경인일보 아카이브
 

정부 규제 완화로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경기은행 부활은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 관계 기관의 의지와 전폭적인 지원이 성공을 좌우할 전망이다.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경제 해결사를 자처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과 무산을 반복한 이전 지사들과 달리 지역 금융의 숙원인 지방은행 설립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경필 전 지사 당시 '성공' 근접
인터넷 전문은행 경쟁과열 '좌절'
이재명땐 '기본대출' 맞물려 요구

정부 '완화된 인가 기준' 공 넘어와


■ 인터넷 전문은행 추진했던 남경필


=경기도에 따르면 지방은행 설립에 가장 적극적이고, 근접했던 건 민선 6기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시절이다. 2014년 남 전 지사는 후보 시절 경기은행 같은 지방은행 '경기도민은행' 설립을 공약, 당선 직후 곧바로 인수위원회 내에 추진을 위한 조직을 만들고 협의를 시작했다.

2015년 핀테크 산업이 본격화되고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의사를 밝히자, 남 전 지사는 추진 방향을 '광역단체 최초의 인터넷은행'으로 잡았다. 지방은행 명칭도 '경기 I-Bank'로 바꾼 후 지사 주관의 공개토론회, 도 내부 조직 TF 가동, 경기연구원에 연구용역 추진, 당시 경제부총리인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등 본격 뛰어들었다.

그러나 첫 인터넷 전문은행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금융계 분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카카오뿐 아니라 이동통신사, 쇼핑몰도 뛰어들어 경쟁은 과열됐고, 금융당국 심사도 ICT 업계에 손을 들어주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2016년 10월 남 전 지사는 경기은행 설립 공약을 철회했으며 그해 12월 정부는 케이뱅크, 2017년 4월에는 카카오뱅크의 인가를 발표했다.

당시 TF팀에 소속된 도 관계자는 "지역의 중소기업에 중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관계형 금융에 대한 주민들과 지역 경제의 수요가 높아 추진됐다"며 "지사의 높은 의지로 컨소시엄 구성까지 가시화될 정도로 추진력이 좋았지만, 카카오 등의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참전하며 무산됐다"고 밝혔다.

■ 이재명 지사 시절엔 기본대출 위해 필요성 등장


=경기은행 소생은 민선 7기에서도 계속됐다. 2021년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는 대표 정책인 기본시리즈 중 하나로 소득·자산·신용도 관계없이 누구나 1~2%의 낮은 이자로 10년간 1천만원까지 대출받는 '기본대출'을 추진했다.

반면 시중은행에선 공개적으로 난색을 표할 정도로 냉랭한 반응이 이어지면서 경기도가 직접 서민의 금융 소외를 해결할 은행을 설립하자는 목소리가 경기도의회를 중심으로 등장했다.

10대 도의원을 지낸 김경일 현 파주시장은 그 해 10월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시중은행 중 사회에 갓 진출한 청년이나 저신용자 등에게 저리로 돈을 빌려줄 곳은 안타깝게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지방자치 및 지방분권이 최근 화두로 부상되고 있는 시점에 경기도 금융업의 부흥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한다는 측면에서 공공은행의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방은행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경기은행은 이후 도의회 관련 상임위에서 추진 가능성과 방안을 도 집행부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전 지사가 대선 출마로 자리를 비우며 추진 동력을 잃고 다시 무산됐다.


■ 경기은행 부활, 김동연 지사 나서나?

= 이제 공은 김동연 지사에게 넘어왔다. '경제와 일자리'는 지난해 민선 8기 경기도가 출범하며 도민들이 꼽은 김동연 지사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였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 관료를 거친 김 지사는 도지사로서는 4년 만에 처음 '경기도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할 정도로 대출 문턱과 상환기간에 쫓기는 중소기업의 애환을 들어 왔다.

정부가 '완화된 인가기준'을 밝힌 상황에서 김 지사가 25년간 빈 지역 금융의 지원군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그의 추진 의지에 달렸다는 게 금융계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노동위원회 소속 도의원은 "경기도 금고를 모두 시중은행이 맡은 가운데 도의회와 관계 기관 모두 지방은행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김 지사가 추진하게 되면 최소 1~2년 이상 어렵고 복잡한 여정이 시작될 것이지만, 도민과 지역 경제를 위한 현안인 만큼, 여야 관계없이 분명히 지원사격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고건·김동한기자 gogosing@kyeongin.com

2023082101000803100041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