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은행의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경기도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금융당국이 신규 은행 인가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은행 설립 문턱이 비교적 낮아진 것이다. 지역 기반의 금융 시스템 구축에 신설과 전환, 크게 두 가지 방식이 거론되는 가운데 결국 최대 관건은 경기도 관계기관의 의지와 지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의 과점적 구조를 경합 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취지다. 인가 요건만 갖추면 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해당 방안에 따라 자금(250억원 이상)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추면 지방은행 설립 인가 신청을 낼 수 있다.
요건 갖추면 저축은행 전환 가능
道 '지역 금융시스템 구축' 호재
지방銀 신설, 민간자금 조달 관건
감독권 이양·지역재투자법 필요
지역경제 활성화와 선순환을 위해 '지역 기반 관계 금융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경기도 입장에선 호재다. 관계 금융이란 금융기관이 개인·기업 등의 자산 등 계량적 정보뿐 아니라 장기간 거래를 통한 경험 및 신뢰를 기반으로 대출해주는 금융 활동을 뜻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은 보다 원활해질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금융 선진국에선 지역 밀착 경영을 위한 필수 요건으로 꼽는다.
지역 기반 관계 금융 시스템 구축 방안은 크게 지방은행 신설과 지역 내 금융기관의 기능 전환 두 가지로 꼽힌다. 신설은 말 그대로 민·관이 투자해 지방은행을 새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충청남도 주도하에 충청지역 4개 지자체가 함께하는 '충청권 지방은행' 모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지자체는 지역 밀착형 관계형 금융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방은행 신설은 지역 기반 관계 금융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초기에 민간 투자처를 구하고 자본금을 확보하는 일이 문제다.
인가에 필요한 기본 자본금은 250억원이지만 전산시스템 구축·연간 유지관리비 등을 포함해 적어도 자본금이 최소 5천억원 이상 필요하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충청남도 역시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계획이 발표된 것은 지난해 12월이지만 아직까지 민간 투자처를 구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지역 내 금융기관의 기능 전환은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선순환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역 내 시중은행·협동조합이 지역 금융기관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일과 지역재투자법을 도입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는 게 골자다.
해당 방안은 초기 자본금 마련을 위해 민간 투자처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장점이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조가 성패를 가른다. 시중은행·협동조합과 합의하고 법 개정 등을 이끌 주체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각 안의 장단을 인정하면서도 성공적인 지역 기반 관계 금융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지자체의 물질적·제도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방만기 충청남도일자리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기존 금융기관과 협의해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지역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소상공인과 상생하기 위해 지방은행은 필수다. 지자체 의지와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의 금융 환경에선 은행 설립 보다는 중앙집중적인 금융 인프라 환경을 지방자치적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며 "지자체에 권한을 이양하고 지역재투자법 등을 도입해 지자체 역할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3면([경기도에 경기도 은행이 필요하다(4·끝)] 지역 숙원 '지방은행 설립' 관계기관 의지 관건)
/고건·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