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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맞잡은 학부모와 특수교사 9년 전 수원시 권선구 남수원중학교에 처음 '특수 학급'을 정착시킨 특수교육대상자 학부모 김은주씨(왼쪽)와 특수교사 김미랑 선생님이 손을 맞잡고 학교 복도를 걷고 있다. 2023.9.1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중년 여성 두 명이 교실 구석구석을 살피며 추억에 빠졌다. 교탁과 책걸상, 교육자료를 훑으며 담소를 나누고, 오고 가는 아이들과도 반갑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내 "9년 전과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교실 모습"이라며 입을 모았다. 이들은 9년 전 이 학교에 특수학급을 처음 정착시킨 특수교육대상자 학부모 김은주(50대)씨와 특수교사 김미랑(40대)씨다.

 

김미랑 특수교사·학부모 김은주씨
학급 신설부터 함께하며 서로 이해
"필요한 조치 강조, 공감해줘 감사"
민원 한건 없었지만 쉽지 않은 9년
돌발상황 대비 통합수업까지 챙겨


지난 11일 오후 1시께, 수원시 권선구 남수원중 특수학급에서 만난 은주씨와 김 선생님은 긴장감보단 반가운 얼굴로 서로를 맞았다. 2014년 교사 1명과 학생 1명으로 시작된 남수원중 특수학급은 현재 9명의 아이를 책임지느라 쉼 없이 운영된다. 그동안 남수원중은 지역사회 부모들이 선망하는 특수교육 통합학교로 자리매김했다. 9년 동안 민원도 한 건 없었던 데다, 매해 입학 문의가 쇄도하면서 차로 20분 거리를 감수하고 입학한 학생도 있을 정도다.

배경은 이랬다. 은주씨 자녀가 중학교 진학을 앞두었던 10년 전, 뇌병변 장애로 아이가 홀로 거동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중학교들은 통학로가 위험하거나 특수학급 정원을 초과한 상태였다.

 

결국 은주씨는 특수학급이 없었던 남수원중에 신설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는데, 사정에 공감한 당시 초·중학교 교장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반 년 만에 편성이 확정됐다. 그렇게 학교에 처음 오게 된 김 선생님은 올해까지 같은 자리를 지켜 왔고, 은주씨는 그중 첫 3년을 함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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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소통으로 3년을 함께 보내며 학부모와 선생의 관계는 더욱 끈끈해졌다. 사진은 9년 전 수원시 권선구 남수원중학교에 처음 '특수 학급'을 정착시킨 특수교육대상자 학부모 김은주씨(오른쪽)와 특수교사 김미랑 선생님이 모여 책을 읽고 있는 현장. 2023.9.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들은 초반에 신뢰를 쌓고 자주 소통해왔던 덕이라는 데 공감했다.

김 선생님은 개학 전 학부모 상담에서 처음 만난 때를 회상하며 "처음엔 학부모님이 확고한 기준이 있어 보여 경계심이 들기도 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아이에게 필요한 조치는 확실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었는데, 돌이켜 보면 이에 공감하고 수용해주신 게 감사했다"고 했다. 이를 듣던 은주씨는 "선생님을 존중하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 드리려 노력했다"며 호응했다.

물론 지금까지 이끌어온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김 선생님은 특수학급 아이들을 위해 교내 일반학급 구성원과의 관계까지 모두 챙겨야만 했다. '특수학급은 일반학급과 별개'라는 차별적 인식 때문에 학사일정이나 학교 상황과 관련해 안내받지 못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이 일반학급 통합수업에 참여할 때 불시에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김 선생님은 "특수학급에서 아무리 열심히 가르친들 원적반(통합학급)에서 적응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결국 특수교사의 책임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만큼 아이를 중심으로 함께 협력해온 이들이지만, 차별적 인식과 제도적 미비점은 이 관계에 보탬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학교가 사정을 잘 살피지 못해 교권보호위원회 징계처분까지 내려졌음에도 이내 오해를 풀고 관계를 회복한 교사와 부모들도 있었다. → 관련기사 3면([교권보호 사각 '참아야 하는' 특수교사·(2)] 학생 느는데 교사 태부족… "학교, 전쟁터 방불 고군분투 수업")

/고건·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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