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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캄 도서관 내부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영국 런던 남부에 위치한 페캄은 런던에서도 가난하고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혔다. 이곳은 서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가 노후화되면서 더 가난한 사람들이 들어와 살게 됐고, 쇠퇴해버린 지역경제와 치솟는 범죄율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도시 재생이 절실했던 페캄에 어느 날 등장한 이상한(?) 도서관은 그래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됐다. 잘 만들고, 잘 활용되는 공공건축물이 어떻게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지, '페캄 도서관'으로 잘 알 수 있다.

알파벳 'L'자를 옆으로 눕혀 놓은 듯한 외관과 'LIBRARY' 글자 옆으로 솟은 둥근 주황색 구조물이 독특함을 자아내는 페캄 도서관은 뒤쪽까지 노랑, 파랑, 주황 등 색색의 유리로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L'자 건물의 윗부분은 7개의 강철 기둥이 받치고 있고, 마치 우주선처럼 둥근 독립된 공간(파드·pod)이 자리한 도서관 내부에는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주민들이 곳곳에 보였다.

페캄 도서관 주변으로는 많은 주민이 이용하고 있는 페캄 레저센터와 그 뒤로 길게 이어진 공원이 있어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남부 '페캄 도서관' 독특한 구조 유명세
레저센터·공원 연계… 주민 발길 이어져
주차장 활용 '페캄 레벨스' 예술 허브로
랜드마크 자리잡은 건물, 관광·일상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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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캄 레벨스 내부 모습. 건물이 주차장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는 흔적들이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이와 함께 페캄 도시재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페캄 레벨스'다. 핑크색 외관으로 강렬함을 내뿜는 영화관 페캄 플렉스의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진 담을 따라가게 되고, 쉽게 페캄 레벨스를 찾을 수 있다. 이곳은 재개발로 갈 곳을 잃은 수백 명의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 작업하는 공동 창의공간이다.

건물 안은 특이했다. 이상하리만큼 넓은 엘리베이터, 유난히 낮은 천장, 모퉁이마다 그려진 구획선. 익숙한 듯한데, 일반적인 예술공간과는 다른 이곳의 정체가 바로 콘크리트 주차장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고개가 끄덕여졌다.

4층까지는 아티스트들을 위한 작업실과 예술계 종사자들을 위한 사무실들로 만들어져 있고, 공동으로 쓸 수 있는 작업공간도 보였다.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5층부터는 카페와 레스토랑, 바와 같이 이곳 특유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이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아티스트들과 페캄 지역의 젊은층이 주로 찾는다고 하는데, 어쩌면 지역을 돋보이게 하는 가장 '핫'한 '주차장'이 아닐까. 페캄의 도시재생을 돌아보며 눈길을 끌었던 것은 도시재생으로 인해 랜드마크가 된 건물들이 관광지의 역할을 하면서도 주민들이 생활을 공유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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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크로스 역 내부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해리포터 배경 지하철역 '킹스크로스'
인근에 화물창고 재활용한 디자인스쿨
맞은편 驛사이 '구글 프로젝트' 진행중


런던의 도시 재생 대표 사례라고 하면 '킹스크로스'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방문한 킹스크로스 역 주변은 이동하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킹스크로스 역 안에는 기차플랫폼 외에도 각종 상점들이 즐비했고 영화 '해리포터' 기념품숍과 영화에 등장하는 9와 3/4 승강장 포토존 등이 있었다. 포토존 앞에는 해리포터를 상징하는 목도리와 마법 지팡이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있었는데 교통수단이라는 일상의 공간과 영국을 상징하는 관광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모습이었다.

역 뒤쪽에 자리한 센트럴 세인트 마틴은 런던 예술대학교의 칼리지 중 하나로 영국 최고의 디자인스쿨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대학의 건물은 킹스크로스역 주변의 버려진 큰 화물창고를 재활용했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 지은 건물의 오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학교 외부의 광장에서는 분수 위로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퍼졌고, 주변 건물에 카페와 잡화점, 음식점 같은 상점들이 들어와 활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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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크로스 역 뒤쪽에 있는 Granary Square에서 주민들이 휴식 시간을 가지고 있는 모습. 그 앞으로 구글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킹스크로스 역과 맞은편 세인트 판 크라스 역 사이의 세련된 공간도 눈에 띈다. 이곳은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조성된 곳인데, 비즈니스와 문화 커뮤니티 공간, 쇼핑 공간과 휴식할 수 있는 광장 등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다.

왼쪽에 위치한 구글 오피스를 한번 바라본 뒤 맞은편으로 눈을 돌리니 킹스크로스 역 출입구에서 굿즈웨이까지 큰 규모의 건물이 한창 지어지고 있었다.

이 건물이 바로 구글에서 진행하는 킹스크로스 프로젝트이다. 친환경 재료로 지역에 뿌리를 둔 디자인을 접목해 만들어지는 이 건물에는 몇년 후 수천 명의 '구글러'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킹스크로스의 모습은 영국에서 진행되는 가장 큰 도시재생 사업 중 하나이자 성공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상업시설과 공공주택, 대학교와 공공시설 등 도시의 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이 이뤄진 이곳의 도시재생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런던/공지영·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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