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판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도이칠란트 티켓'(D-티켓)은 이름과는 다르게 종이로 된 승차권이나 실물 카드가 없다. 매달 49유로(약 7만원)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디지털 구독 서비스' 방식이다. 온라인 구매 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D-티켓을 구독하면 개인별 QR코드를 부여한다. 해당 QR코드가 바로 D-티켓이다.
독일 통일기념일인 지난 3일(현지 시간) 베를린 비텐베르크광장 인근 숙소에서 베를린 장벽 기념관으로 향했다. 비텐베르크광장역에서 한국의 지하철 격인 U-Bahn을 타고, 베를린동물원역에서 광역전철 S-Bahn으로 갈아타 서울역에 해당하는 베를린 중앙역에서 내렸다.
다시 트램으로 환승해 베를린 장벽 기념관에 도달했다. 총 30분 정도 걸렸다. 구글 지도 등 모바일 앱을 활용하면 한국처럼 수월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베를린은 간선~지선을 연결하는 환승 체계가 촘촘하게 짜였다.
베를린 대중교통은 한국처럼 카드를 찍고 탑승하는 방식이 아니다. 티켓을 확인하는 개찰구나 기기가 아예 없어 아무런 절차 없이 열차나 버스에 타는 생소한 방식이다. 대신 '컨트롤러'(Controller)로 불리는 검표원들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무작위로 D-티켓을 확인한다. 무임승차가 적발되면 60유로(약 8만5천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철도역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자전거족'이다. 베를린 도시철도는 자전거 휴대 승차가 자유롭다. 열차 외부에 큼지막하게 자전거 칸을 알리는 그림이 붙어 있다. 간선~지선~자전거 환승 연계가 베를린 대중교통 체계의 핵심으로 보였다. 베를린 도심에선 출퇴근 시간대 도로 옆 자전거길에서 줄지어 가는 자전거 행렬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베를린/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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