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중교통 운송회사·기관들이 모인 독일운송회사협회(VDV·Verband Deutscher Verkehrsunternhmen)는 월 49유로(약 7만원)짜리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도이칠란트 티켓'(D-티켓)이 출시된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1천100여만장이 팔려 나갔다고 집계했다.
독일이 지난해 6~8월 실험적으로 시행한 '9유로 티켓'(월 1만3천원)은 누적 판매량이 5천200만장에 달하는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D-티켓 성공 요인은 단연 '가격'이다. 독일은 D-티켓 이전부터 이용 구역·시간대별 할인권, 기업·직장인·직업훈련생·학생·고령자 등 계층별 할인권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대중교통 정기권 제도를 운용했다. D-티켓은 기존 정기권보다 더 저렴하고 사용 범위가 넓다.
베를린 거주 교민 박나라(30·프리랜서)씨는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정기권(Job 티켓)을 줬는데, 현재 대부분 회사는 D-티켓을 쓰라고 한다"며 "회사 정기권도 할인 폭이 크지만, 사용 범위가 지역 내 출퇴근 거리 정도로 제한된다. 반면 D-티켓은 독일 전역에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간대·계층별 할인권 등 제도보다
가격은 저렴한데 사용범위 더 넓어
경인일보 취재팀이 지난 2~6일(현지 시간) 닷새 동안 베를린에서 쓴 대중교통 비용은 1인당 49유로(D-티켓 구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평균 4~6회 광역·도시철도, 버스, 트램(노면전차) 등을 이용했으며 베를린 수도권에 해당하는 브란덴부르크주도 방문했다.
시내 1회권 기준으로 계산하면 하루 12~18유로씩 닷새간 적게는 60유로(약 8만5천400원), 많게는 90유로(약 12만8천100원)가 필요했다. 공항·근교 포함 10유로짜리 24시간권을 닷새 동안 쓰면 50유로다. 베를린에 1주일만 머물러도 1개월짜리 D-티켓이 더 싼 셈이다.
다음 성공 요인은 '대중교통 편의성'이다. 베를린은 도시철도(U-Bahn) 9개 노선이 거미줄처럼 시내를 연결하고, 광역철도(S-Bahn)가 동서남북으로 도심을 가로지르거나 순환한다. 광역급행철도(RE·RB)는 도심 주요 지점과 다른 도시를 잇는다. 트램은 주로 옛 동베를린 지역에서, 버스는 옛 서베를린 지역에서 철도가 닿지 않는 곳곳에 분포한다. 베를린 주요 도심에선 오히려 자가용 이동이 불편할 정도로 대중교통 중심의 체계가 짜였다.
지난 4일 찾은 베를린의 '서울역' 격인 중앙역(Hauftbanhof)은 고속철도와 광역철도·광역급행철도를 이용하는 사람이 인산인해로 빼곡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문을 연 베를린 중앙역은 지하 3층~지상 5층 교차식 구조로, 광역과 시내 간선·지선 노선의 집합지다.
역 바깥엔 버스와 트램 노선이 골고루 배치돼 있다. 취재팀은 베를린 일정에서 철도 등으로 이동할 때 거의 매번 중앙역을 거쳤다. 그만큼 교통수단 환승 연계가 촘촘하다는 의미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철도·버스 교통망이 편리하게 연계돼 있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도시·광역철도 등 도심 거미줄 연결
수도권 교통망 연계 편의에 시사점
D-티켓은 베를린 대중교통 이용 증가 효과를 톡톡히 봤다.
라스 바그너(Lars Wagner) VDV 전략·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5일 베를린 VDV 사무소에서 취재팀을 만나 "지난해 9유로 티켓 시행이 끝난 직후 대중교통 이용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90% 수준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10%가 모자랐다"며 "D-티켓 시행 이후 그동안 부족했던 10%를 채웠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7만원의 무제한 대중교통-베를린을 가다·(中)] D-티켓 "지속가능해야" 한목소리… 예산은 안갯속)
베를린/김명래·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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