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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컴 레벨스 내 주민들도 함께 이용하는 문화공간. 평일 낮 시간임에도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간을 찾거나 식사나 음료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지영 기자 jyg@kyeongin.com

페캄과 킹스크로스를 통해 본 런던의 도시재생에서 우리가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특징이 있다.

이들 지역은 낙후돼 한물간 도심에 '랜드마크'를 만드는 데서 도시재생이 시작된다. 페캄은 이민자 등 비교적 소득수준이 낮은 이들이 자리 잡은 런던 외곽지역 중 하나였고, 킹스크로스는 물류 운송의 허브로 산업혁명시기 가장 잘 나가는 지역 중 하나였지만 변화에 뒤처져 런던의 대표적인 슬럼가로 악명이 높았던 지역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위에 페캄은 페캄도서관과 레벨스가, 킹스크로스는 역세권 개발로 노후 도심의 상징이 생겨났다.

하지만 랜드마크를 세워 도시를 되살리는 작업은 영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하는 방식이다. 랜드마크가 단순히 도시의 상징적 관광지 역할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공유공간으로 제 역할을 하는 데서 런던 도시재생의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도시재생 시민단체인 소셜라이프(Social Life)는 런던 도시재생이 주목하는 핵심을 '소셜(social)'기능, 즉 사회적 지속가능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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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컴 도시재생의 상징으로 불리는 페컴 도서관. 독특한 외관으로 인해 관광지로도 각광받는 동시에 지역주민들의 이용도 활발하다./공지영 기자 jyg@kyeongin.com

소득수준 낮은 이들이 사는 런던 페캄
독특한 도서관, 문화 커뮤니티로 활용

변화에 뒤처져 슬럼화 된 킹스크로스
역세권 개발로 주거공간 늘어나 활기

니콜라 베이컨 공동대표는 "도시재생은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살아가는 정주공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생각의 바탕에는 오랜 시간 숱한 부침을 겪어 온 런던 도시재생의 역사가 있다. 니콜라 대표는 "런던 도시재생도 정부 주도로 진행되며 주택 중심으로만 흐르다 실패를 겪었고, 정부가 각종 규제를 풀어 민간기업들의 상업 중심의 개발들이 도시재생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며 "몇십년 간 실수가 반복되고 그 과정에서 기존의 주민들이 모두 떠나며 지역사회가 해체되는 상황을 지켜보았고 이제는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페캄의 경우 독특하게 지어진 도서관과 지역의 오래된 마트와 주차장을 리모델링한 영화관·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이 지역주민들의 문화생활과 연결돼 상징성과 소셜기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킹스크로스 역시 재개발된 킹스크로스역이 런던의 대표관광지로 부상하면서 다시 교통의 요지로 역할도 커졌다. 자연스럽게 역세권이 개발되며 주거 공간들이 늘어났고 편의기능까지 갖춰지면서 다시금 활기를 띠고 있다.

시민단체 '소셜라이프' 니콜라 대표
"소속감 생기도록 젊은층 참여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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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도시재생 시민단체 소셜라이프 공동 대표인 니콜라 베이컨씨가 본지와 인터뷰하는 모습/ 공지영 기자 jyg@kyeongin.com

니콜라 대표는 "최근 런던의 일부 지역에서 도시재생을 통해 굉장한 변화를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주택 렌트비용만 올라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많이 떠나거나 지역주민들의 이용이 원활하지 않아 실패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며 "도시재생 과정에서 이미 살고 있는 주민이나 새롭게 유입되는 젊은 층에게도 '소속감'을 심어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셜라이프 등 영국의 도시재생 시민단체들은 지역주민이 도시재생의 '파트너'로 참여하는 개발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도시재생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끔 유도하면서 도시재생의 밑그림을 지역주민들이 직접 그리는 방식이다.

소셜라이프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 런던 북서부의 브렌트 지역은 주민 상당수가 중장년층에, 이민자들이 많아 더 이상의 개발이나 성장이 쉽지 않아 지역 전체가 정체됐다. 니콜은 "지역 청소년 약 200명을 훈련 시켜 직접 주민을 만나서 도시재생을 위한 리서치를 실시했다"며 "지역의 장점과 단점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듣는 조사였는데 주민들이 친절하고 커뮤니티가 잘 돼있다는 장점을 꼽은 반면, 놀거나 쉴 때 함께 할만한 것이 없고 젊은 층이 공유할만한 공간이 없다는 단점이 공통으로 꼽혔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주민들과 소셜라이프, 전문가들이 수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협의를 거쳤고 지역의 오래된 폐건물을 리모델링해 주민들의 공유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니콜은 "지역주민의 커뮤니티와 건축가 등 전문가 집단이 도시재생의 파트너로 함께 참여했다. 모든 주민들이 포함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고, 실제로 활발하게 활용이 가능한 공간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주요 목표에 합의했다"며 "이를 통해 젊은 층 주민들도 스스로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계속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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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컴레벨스와 함께 리모델링된 영화관. 오래된 큰 마트를 재단장해 주민들의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지영 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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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은 런던도시재생의 대표적 사례 '테이트모던' 미술관. 옛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테이트모던은 영국 대표 현대미술작품을 전시한다. 테이트모던을 중심으로 낙후된 공업지역이었던 뱅크사이드 지역이 활성화 됐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런던/ 공지영·구민주기자 jyg@kyeongi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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