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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전의 구마모토현과 현재의 구마모토현은 확연히 다르다. 2010년 쿠마몬의 등장 이후 구마모토현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고, 이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쿠마몬을 통해 구마모토현을 인식하는 단계에 와 있다. 이것이 캐릭터가 가진 힘이자, 캐릭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구마모토현은 일반적인 공조직에서는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 과감하다 못해 기상천외한 방식도 마다하지 않으며 쿠마몬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여기에는 치밀하고 디테일한 전략이 수반됐다. 스토리 마케팅에 기반한 의인화 콘셉트를 유지하기 위해 쿠마몬이 인형 탈을 벗은 모습은 외부에 절대 노출하지 않고, 다른 장소에 중복돼 나타나는 일이 없도록 스케줄까지 철저하게 관리한다. 쿠마몬이 오랜 기간 사랑받게 된 가장 큰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구마모토현 관계자는 "쿠마몬이 자신의 임무를 열심히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답할 정도다.

 

홍보 초창기 쿠마몬이 다른 지역에 가서 뿌린 수만 장의 명함에는 블로그 키워드와 QR코드를 담아 각종 SNS의 팔로워 수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결과로 이어졌고, 명함도 32종으로 제작해 수집의 재미까지 더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함께 사소한 부분까지도 의미를 부여하며 쿠마몬을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게 했다.

캐릭터 보러 전세계서 몰려와
특산물 소개로 농업도 활성화


그렇게 일본 전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로 성장한 쿠마몬은 이제 구마모토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관광자원이 됐다. 구마모토성과 아소산 외에 별다른 관광자원이 없었던 구마모토현에는 쿠마몬을 보기 위한 전 세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난 20일 쿠마몬 굿즈숍 '쿠마몬 빌리지'에서 만난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크리스티나(32)씨는 "전에도 구마모토현에 한 번 온 적이 있는데, 좋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 또 오게 됐다"고 했다.

 

세종시에서 쿠마몬을 보기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는 성유진(21) 씨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에서 쿠마몬이 실수를 많이 하는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쿠마몬의 귀여운 모습에 빠져 직접 보기 위해 구마모토를 찾게 됐다. 실제로 보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멋있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관광객들 사이에선 쿠마몬으로 구마모토현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도쿄에서 온 마츠이 타쿠토(25)씨는 "도쿄에서도 쿠마몬은 너무 유명하다. 쿠마몬을 먼저 알고 그 뒤에 구마모토현이라는 지역에 대해 알게 됐는데, 확실히 캐릭터로 인해 지역의 인지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마모토현이 쿠마몬이라는 캐릭터 자체의 활성화에만 집중하지 않고 '지역 캐릭터'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지역의 근간인 농업을 살리는 일에 힘을 쏟으며 '지역과 함께하는 캐릭터'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20일 쿠마몬 스퀘어 공연에서도 쿠마몬은 구마모토현의 특산물인 고구마를 소개하고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하며 '영업부장' 임무를 충실히 이행했다.

 

구마모토현청 쿠마몬 전담 부서 '쿠마몬 그룹' 소속 카미타비라 시게토 과장보좌는 "일본 내에선 사용 심의를 받으면 누구나 무료로 쿠마몬을 쓸 수 있지만, 식품류의 경우 일정 부분 구마모토현 생산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며 "구마모토현의 농업이나 관광업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만 1천832건의 민간 기업들이 쿠마몬을 사용하기 위한 심의를 받은 가운데, 이 중 식품류가 6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평균 50건에 달하는 브랜드 기업과의 협업도 매년 증가 추세다. 이를 통해 구마모토현의 농업 시장은 활력을 되찾았고, 관광업을 비롯한 지역경제 전반이 살아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잘 만든 캐릭터' 쿠마몬이 지역을 살린 셈이다.

 

구마모토현 주민 아카이 마사유키(62) 씨는 "우리 고장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뛰는 사람이 또 있겠느냐"며 "우리가 쿠마몬을 사랑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귀여움이 지역을 살린다·(4)] 주민에게 사랑받는 캐릭터 '인기 실감')

구마모토/황성규·강기정·서승택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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