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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옛 건축물들은 대부분 현재 에든버러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사용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에든버러 풍경.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경기도 도시 재생에 빼놓을 수 없는 난제 중 하나는 '문화재'다. 예나 지금이나 조선의 수도 '한양'을 둘러싼 한반도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 개발을 위해 땅을 파면 유물이 발견되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큰 만큼, 종종 공사가 멈추기도 한다. 그러한 배경으로 인해 우리의 인식 속의 문화재는 위대한 유산이기보다 부담스러운 짐처럼 여겨지기 일쑤다.

지난 9월 초,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코틀랜드 대표도시 '에든버러'를 찾았다. 에든버러는 유럽의 중세 그 자체였다. 지은 지 몇백년도 더 돼 보이는 고전적인 건물들이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하루에 한번 대포를 쏘는 고성(故城)의 풍경도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고성은 1437년부터 스코틀랜드 옛 수도 에든버러를 상징하는 에든버러 캐슬이다. 그 배경을 뒤로 버스와 트램이 정신없이 오가고, 사람들이 바삐 오가며 일상을 보내는 거리의 풍경은 생경할 정도다. 가장 인상 깊은 거리의 모습은 마차 시절 조성됐을 법한 울퉁불퉁 돌길과 자동차가 다니는 매끄러운 아스팔트 길이 공존한 것이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지정 '에든버러'
고전적 건물 가득찬 중세 유럽 모습 그대로
울퉁불퉁 돌길-아스팔트 길 공존 '깊은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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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에든버러 시민들. 카페와 식당, 상점들이 운영 중이며 거주공간으로도 활용된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이같은 공존은 에든버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에든버러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올드타운은 타운 전체가 타임머신과 같았다. 타운의 전체적인 모습과 건물, 사방으로 이어진 길 모두 700여년 세월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이는 건물이 지닌 오래된 역사에 가치를 더 매기는 사회적 인식 덕인데, 이 곳 사람들은 지금까지 개보수를 하며 옛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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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1년에 문을 연 스코틀랜드 기록보관소가 현재 보수작업 임을 알리는 안내문.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우리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을 보존하기 위한 중요한 개조 작업을 수행 중
 - 기록보관소 보수작업 안내문 
올드타운 중에서도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로열마일은 특히 옛 건물에서 식당과 카페, 상점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이러한 풍경이 비단 에든버러 핵심 관광지에서만 볼수 있는 특이한 장면은 아니다. 길을 걷다보면 개보수 중인 건물과 안내문을 종종 볼 수 있는데, 꼭 관광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실제로 1861년에 문을 연 기록보관소 역시 현재 건물을 보수 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었는데, 그 안내문에 '우리의 역사를 간직한 건물을 보존하기 위한 중요한 개조 작업을 수행 중'이라고 적혀 있었다.

18세기 중반에 지어졌음에도 여전히 에든버러 행정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에든버러 시의회도 마찬가지 예다. 이 곳에서 만난 제임스 더글리시 시의원은 고대 건축물 답게 좁고 복잡하게 연결된 시의회 건물을 소개하며 "수백년 동안 수차례 보수를 하면서도 여전히 잘 활용하고 있고 오히려 역사적인 장면들이 연출된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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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시의회에서 활동 중인 제임스 더글리시 의원.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도시의 '확장'에 집중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시민과 문화유산 보존 '정체성 지키기' 나서

더글리시 의원 "가장 큰 관심사는 '밸런스"
관광산업 발달 인한 불편, 생활 편의로 보답
에든버러 역시 도시의 '확장'에 집중했던 시기가 있었다. 더글리시 의원은 "1890년대 에든버러 역시 큰 확장의 시기를 겪었다. 그때 조지스트리트와 프린스 스트리트 등도 건설됐다. 도시가 커지고 발전되면서 인구도 팽창했지만, 삶의 터전에 대한 고민과 갈등도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1960년대부터 에든버러 시민들은 도시의 발전이 개발과 확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고 그것으로 인해 도시가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글리시 의원은 "현재 시 행정과 정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밸런스'"라고 강조했다. 그는"에든버러는 에든버러 캐슬, 프린지페스티벌 등으로 매해 200만여명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도시다. 관광산업이 크게 발전하며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실제로 에든버러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선 안된다는 데 굉장히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분 이내 생활편의시설 확충' 정책을 강조했다. 관광산업 발달로 인한 시민의 불편을 생활 편의로 보답하는 것인데, 더글리시 의원은 "주요 거주지역에 공공기관, 병원 등은 물론이고 학교, 교육기관, 슈퍼마켓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서비스를 갖출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며 "관광산업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관광객 편의에만 몰두하겠지만, 그보다 오랜 시간 도시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의 건강과 복지에 훨씬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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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중반에 지어진 에든버러 시의회 내부. 더글리시 의원은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에도 의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에든버러는 문화유산이 잘 보존됨과 동시에 여전히 사람들이 그 유산 속에서 현재의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를 가장 적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해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한 배경에는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삶이 조화를 이루는 데 도시 재생의 초점이 맞춰졌고, 지금까지 단단하게 그 기조가 이어져 오는 데 있다.

/공지영·구민주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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