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버려진 낚싯줄에 엉켜 사체로 발견되는 일이 드물지 않게 발생해 불법 어로행위(낚시)와 불법 어구 단속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진은 지난 2021년 8월 12일 낚싯줄에 걸려 주저앉은 저어새 모습. 2021.8.12 /저어새와친구들 제공

유네스코 유산 추진 '인천 갯벌'


여의도 251배… 국내 두번째 크기
'2단계 등재' 반대 부딪혀 제자리
市, 환경·항만과 등 부서사업 상충


인천 갯벌 면적은 총 728.3㎢로, 전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넓다.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와 강화군, 중구 영종도, 옹진군 섬 지역 등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251배에 달하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다. 국내 갯벌 전체 면적의 29.3%를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다.

인천 갯벌은 봄마다 인천을 찾아오는 저어새들의 고향이자 먹이터다. 저어새들은 송도 갯벌, 강화도 갯벌, 영종도 갯벌에서 먹이 활동을 하며 여름을 보낸다. 알락꼬리마도요, 큰뒷부리도요 등 지구 반 바퀴를 날아가야 할 물새들에게도 갯벌은 꼭 쉬어가야 할 휴게소 같은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21년 7월 한국의 갯벌(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보성·순천)을 세계유산으로 1단계 등재하면서 "철새들에게 가치가 있는 인천 갯벌이 세계 유산에 포함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네스코도 인정한 철새들의 휴식처이자 먹이터 역할을 하는 인천 갯벌은 계속된 매립으로 면적이 좁아지고 있다. 송도갯벌 면적은 과거 22.71㎢였지만, 지금은 송도 11공구와 6·8공구, 9공구 일대에 6.71㎢만 남았다. 영종도 갯벌도 이미 많은 면적이 인천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매립된 데다, 시민·환경단체 반발로 일단 중단된 영종2지구 조성계획 등 각종 개발 이슈로 위기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추가적인 갯벌 매립을 막고자 세계자연유산 2단계 등재에 인천 갯벌을 포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연수구, 중구, 강화군, 옹진군 등 관련 기초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갯벌이 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기존 개발사업이 축소되는 등 제약을 받거나, 규제 적용 지역이 늘어나 어민들의 생업 등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환경단체 영종갯벌 개발계획 전면 취소 촉구 기자회견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이 영종도와 준설토 투기장 사이의 공유수면을 매립해 관광-산업단지를 만드는 사업이 저어새를 포함한 멸종위기 조류의 휴식지 파괴임을 주장하며 중단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인천시는 인천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에 힘쓰면서도, 송도갯벌을 가로지르는 배곧대교 건설에 협력하는 등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 인천시는 저어새 등 생태 보전 업무를 총괄하는 '환경기후정책과',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갯벌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해양환경과', 해안가의 친수공간 조성을 맡는 '항만연안과', 배곧대교 건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도로과' 등 각 부서의 정책과 사업이 상충하고 있다.

인천연구원 권전오 선임연구위원은 "인천은 '항로 준설' 등을 명분으로 계속해서 매립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며 "인천 갯벌은 저어새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먹이터이자 마땅히 있어야 하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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