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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성 인근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우리나라 '서울 공평동 룰' 대표적 사례
문화재 전면 보존시 '용적률 상향' 적용

'수원 화성' 세계유산 등재 후 규제 문제
시민 중심의 '포용적 관계'… 변화 모범

사람과 문화유산은 과연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까. 문화유산을 둘러싼 도시재생과 개발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우리나라에서 사유재산과 문화유산의 보존문제는 잘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과도 같다. 취재진이 '에든버러'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도시의 방향성이었다.

에든버러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면서 긴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물을 하나 세우는 데에도 명확하고 까다로운 기준들이 세워져 있다.

그렇게 도시가 가진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있는 에든버러는 관광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실제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데 초점을 두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이곳의 시민들 역시 중요한 문화유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염두에 둔 지역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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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시내 전경.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

서울 종로구 공평동 개발지구는 개발과 문화유산의 공존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른바 '공평동 룰'로 불리는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가 적용됐는데, 문화재를 전면 보존할 경우 용적률을 허가 기준보다 높여주는 제도다.

지난 2015년 공평 1·2·4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선 한양에서 근대 경성에 이르기까지의 골목길과 건물 터가 온전히 발굴됐다. 당시 시공을 맡은 포스코건설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공평동 센트로폴리스를 건축했고, 그 건물의 지하에는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 들어서 유적과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공평동 15·16지구에서는 조선 전기로 추정되는 금속활자 1천600여 점이 발견됐는데, 건설을 담당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발굴 비용을 부담하고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박물관 등을 지어 기부채납하는 대신 기존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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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시가지에 옛날 건축물과 새롭게 지어진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함께 살아가는 수원시는 어떨까.

행궁동은 수원화성이 문화재로 지정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개발규제로 인해 주거공간이 낙후됐다. 관광객들은 찾고 있지만 주민들에 돌아오는 혜택이 없자 문화유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높았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행궁동은 주민들이 직접 나서 행사에 참여하거나 환경을 바꾸고 행정과 협력하며 점차 마을을 변화시켜 나갔다.

오선화 수원시 화성사업소 학예연구사는 문화유산이 시민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시민이 중심이 된 포용적 협력관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2021년에 만들어진 행궁마을협동조합이 있다. 행궁마을협동조합은 주민이 세계유산 보존과 활용의 주체가 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수원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화성행궁 야간개장과 축제에 참여하며, 올해는 수원시로부터 행궁사랑채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수익금은 다시 마을 독거노인의 난방비와 생신상 지원 등 어려운 이웃에게 환원한다.

오 학예연구사는 "행궁동 주민들은 문화재 보존이 사유재산의 침해가 아니라 상생의 가치 창출임을 깨닫고 있다. 다양한 구성체로 이루어져 있고 모두의 생각이 같지는 않지만 수원시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주민과 협력하는 곳이 행궁동"이라며 "이는 세계문화유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행궁동에 상업시설이 계속해서 늘어나며 원주민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 학예연구사는 "행궁동을 떠나는 원주민도 많지만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많다"며 "고향으로 돌아온 한 지역주민은 행궁동의 골목과 사람냄새 나는 모습이 유지되길 바랐다. 도시계획이나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상업시설의 종류와 규모를 제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공지영·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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