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개발과 기후 변화… 일본·홍콩, 그리고 인천
日 하카타만 바다·갯벌 매립 조성
3년전 댐 생겨 쉼터 사구도 사라져
홍콩 마이포 습지에 새우양식장
맹그로브 성장 빨라져 땅 메말라
일본 후쿠오카(福岡)시 하카타만. 이곳은 인천을 떠난 저어새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월동지다. 10월29일 하카타역에서 차를 타고 20분 정도 달리자 타타라강 하구 저수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부리로 강바닥을 휘저으며 먹잇감을 찾는 저어새들이 보였다.
한때 일본 최대 월동지였던 하카타만의 저어새 개체 수는 최근 급격히 줄고 있다. 후쿠오카시가 1994년부터 하카타만 인근 바다와 갯벌 4.01㎢를 매립해 조성한 신도시 '아일랜드시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바다와 갯벌이 사라진 것이다. 송도국제도시 등을 조성하기 위해 대규모 면적의 바다와 갯벌을 메운 인천의 모습이 떠올랐다. 2002년 700여 마리까지 목격된 하카타만의 저어새 개체 수는 지난해 50여 마리 수준으로 줄었다.
타타라강의 댐도 저어새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3년 전 댐이 생겨 강 하구에 쌓이는 흙의 양이 줄면서 저어새 쉼터인 사구(모래언덕)도 사라지고 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환경 보호 활동가들이 포대로 제방을 쌓았지만, 후쿠오카시가 '불법'이라며 모두 철거해 버렸다. 이날 비좁은 사구에 위태롭게 앉아 있는 저어새 6~7마리가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취재진과 동행한 일본 저어새네트워크 창립 멤버 마츠모토 사토루는 "무엇보다도 하카타만은 인천에서 가장 가까운 저어새 월동지이자 중간 기착지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카타만에서 밀려난 저어새는 구마모토나 오키나와 등에 새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면적이 너무 좁아 대체 서식지로는 적합하지 못한 상황이다.
마츠모토는 "일본은 한국처럼 넓은 갯벌이 없어서 서식지가 많아야 안정적으로 저어새가 겨울을 보낼 수 있다"며 "후쿠오카시가 뒤늦게 아일랜드시티 인근에 0.08㎢ 규모의 대체 서식지를 만들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서식지에 해수가 드나드는 것이 아닌 빗물을 받아 조성한다는 계획이라 환경단체들은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어새의 또 다른 월동지인 홍콩도 갈수록 서식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
홍콩 위안랑(元朗)구 마이포 습지는 저어새 등 매년 400종이 넘는 철새가 찾는 동아시아 대표 월동지다. 국제기구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 홍콩지부가 이곳을 관리하는데, 생태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일반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 미리 허가를 받은 이들만 출입할 수 있다.
마이포 습지는 WWF 홍콩지부에서 1981년부터 후원금을 모아 전통 새우 양식장인 '게이웨이(基圍, Gei Wai)' 24개를 사들여 조성했다. 봄과 여름에 새우 양식을 마친 뒤 수심을 낮추면 밑바닥에 남은 새우들이 보이는데, 가을과 겨울철 저어새들의 중요한 먹잇감이 된다.
저어새들이 특히 많이 찾아오는 게이웨이는 3·4·6·7번이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저어새 특성상 이 구역들이 다른 게이웨이보다 넓고 먹이 활동을 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온 건조한 날씨 등 이상기후로 철새들의 서식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WWF 홍콩지부 피온 청 매니저는 우려했다. 원래 이 일대는 맹그로브 나무숲이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피란민들이 각종 나무를 잘라낸 뒤 게이웨이를 만들었다.
WWF 홍콩지부와 환경 보호 활동가들이 수시로 나무를 베어내고 있지만, 최근 맹그로브가 자라는 속도가 빨라지고, 날씨가 건조해 습지가 마르고 있다. 취재진이 마이포 습지를 방문한 11월3일 기온은 30℃에 달했다.
피온 청 매니저는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저어새 개체 수를 모니터링하며 마이포 습지를 찾는 저어새들을 관리하기 위해 신경을 쓴다"면서 "맹그로브가 자라는 속도는 인간이 예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나무들을 잘라내고 주변 야생동물들을 포획하는 등 저어새 서식지를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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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위안랑/김주엽·김희연기자 kjy86@kyeongi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