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6)] 市 지원 조례 재정 적극적 목소리
무관심에 희망 잃은 청년들 많아
'先 지원 後 구상권' 法 제정 좌초
주거복지기금 신설 조례 추진 힘써
0.88%.
이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인천시의 올해 추경예산 63억원의 집행률(10월4일 기준)이다.
인천은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 등에 의한 피해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이 예산 집행률은 인천시의 피해 지원 정책이나 의지 등이 어떠한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인천시의회 김대영(31·민주·비례) 의원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인천시 조례를 만들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세사기' 네 글자 뒤에 있는 피해자들의 삶은 피폐할 대로 피폐했다.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법원 등 관공서를 찾아 헤매면서 직장을 잃는 이들도 생겨났다. 전세사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피해자들이 사는 아파트는 관리도 되지 않아 천장에서 비가 새는 등 하자로 가득했다. 급기야 올해 초에는 '건축왕' 남씨 사건의 피해자인 청년 3명이 잇따라 생을 마감했다.
"피해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청년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김 의원은 최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올해 초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처음 만났다"며 목숨을 잃은 청년들을 안타까워했다.
정부와 국회가 마련한 '전세사기 특별법'은 올해 6월부터 시행 중이다. 김 의원은 앞서 5월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 내용을 포함한 특별법을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인지, '사인 간의 거래 잘못'인지 의회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결의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 의원은 "경북도지사는 전세사기가 '사회적 재난'이라며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효력이 없을지라도 지자체장의 이런 말이 피해자들에겐 희망이 될 수도 있다"며 인천시와 인천시의회, 미추홀구 등을 향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특히 "인천시 지원책은 대상을 소득, 조건 등으로 세세하게 구분해 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거처로 이주할 때만 이사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긴급생계비 지원은 소득 기준이 까다롭다"며 "국토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을 받으면 조건을 따지지 않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주거복지기금'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 제정에 힘쓰고 있다. 그는 "이 기금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라면 조건 없이 이사비, 주거비, 생활비 등을 유연하게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포함한 주거복지 취약계층이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금"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피해 지원과 관련해 지자체의 책임을 명시하고, 사기 행각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등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내용도 조례에 포함할 계획이다.
그는 "특별법이 보완 입법되는 시기에 맞춰 내년 1월엔 조례가 제정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동료 의원들의 협조를 바랐다.
끝으로 김 의원은 특별법에 대해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가 포함돼야 한다"면서도 "'구체적인 지원내용은 지방정부 사무로 둔다' 등의 문구를 법안에 넣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각 지역 사정에 맞춰 대응하도록 보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