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8)]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
세입자 주거권 함께 외치며 활동
각종 거리집회·기자회견 동참
안타깝게 목숨 잃은 청년 추모
"정부, 사기꾼 활개치도록 방치
여야는 보완 입법 지키지 않아"
"저한텐 값진 인연이죠.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인 지수(활동명)씨는 인천 미추홀구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의 피해자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를 향해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외쳤고, 각종 거리 집회와 기자회견에도 함께했다. 피해자들 중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청년들을 추모하는 자리에도 그가 있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2011년 출범해 사회초년생 등 열악한 주거 환경의 전·월세 집에서 지내는 청년들을 돕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민달팽이는 달팽이집마저 없는 한국 청년 세입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청년 세입자 주거 실태 조사, 주거 상담 등을 해왔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주거 정책 제·개정 목소리도 내왔다.
지수씨는 2016년부터 민달팽이유니온에서 활동해왔으며 2020년에는 단체 산하 '청년주거상담센터'에서 팀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이전부터 많은 청년 세입자를 만났고, '전세사기'의 고통을 잘 알고 있었다"며 "이런 경험들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들과 함께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수씨가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만난 건 올해 1월이다.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대책위에 무작정 연락했다고 한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 청년이 안타깝게 생을 등졌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 대책위와 같은 자리에 있었다"며 "이후에도 희생자가 또 발생했고,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지수씨는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천막 농성장에서 피해자들과 함께 머물며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 요구에 힘을 모았다. 그는 "정부, 국회가 특별법 제정을 머뭇거리자 피해자 중에는 '내가 죽으면 제정이 될까'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며 "그럴 때면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서로를 다독이곤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대책위와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는 사람들 덕분에 국회는 구제 방안이 담긴 특별법을 제정했다. 지수씨는 "제정 당시에도 법에 미비점이 많았다. 특별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았다"며 "그런 피해자들도 '나는 아니더라도 누군가 도움받을 수 있다면 특별법이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웃을 우선시했다"고 했다.
당시 여야는 6개월마다 보완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특별법 시행 6개월이 넘도록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수씨는 "약속을 어긴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를 당한 사람들에게 또 '사기'를 친 것"이라며 "전세사기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기꾼들이 활개치도록 주택 임대차 시장을 방치한 정부가 만든 사회적 재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개인이 아무리 똑똑해도 전세사기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한다"며 "정부가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하고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수씨는 1년을 함께한 대책위 등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응원의 말을 남겼다.
"집회, 농성, 1인 시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대책위 한 분 한 분 다 멋지고 대단해요. 저한텐 값진 인연이죠. 앞으로도 수월하지 않겠지만, 여러분이 힘에 부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