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를 돕는 사람들·(10)] 기초단체 지원 촉구 적극 나서


당시 소식 접해 간담회 자리 마련
직접 살펴본 실상은 예상보다 심각
추운 날씨에 단전·단수 겹쳐 고충
"區, 마음건강 돌봄 멈추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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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구의회 이선용 의원은 전세사기 피해자와 구청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하고 단수된 아파트에 생수 트럭을 기초자치단체가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전세사기 피해자를 도울 방법을 찾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2023.12.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예년보다 유독 이른 추위가 찾아왔던 지난해 10월 말,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 세입자들은 단전·단수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 건물엔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속칭 '건축왕' 남모(61)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이 살고 있었다.

소식을 접한 미추홀구의회 이선용(44·민주) 의원은 도움을 주기 위해 피해자들과 미추홀구청 관계자의 간담회를 마련해줬다.

당시 이 의원이 살펴본 실상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건물의 전기차단기가 고장 나 엘리베이터가 멈춰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피해자들은 그야말로 집 안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전기도 끊겨서 지하에 있는 수도 펌프까지 작동을 멈추었고, 각 가구엔 물이 나오지 않았다. 수도가 끊기니 보일러 기기는 화재 위험 방지를 위해 자동으로 멈췄다. 추운 날씨에 단전·단수된 집에서 피해자들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피해자들은 전기차단기를 수리하는 데 수백만원이 든다는 얘기에 손을 쓰지 못했다. 이 의원은 미추홀구청 관계 부서에 "피해자들을 도울 방법이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 의원은 미추홀구청 비서실을 찾아 "지자체의 의무가 없더라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 해야 한다"며 "구청 시설관리공단에 전문 장비와 인력이 있으니 전기시설을 고치고, 어떻게든 비용을 마련해 마실 물이라도 제공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추홀구청은 그렇게 생수를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지원했다.

이 의원은 인천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 미추홀구인데, 구청의 대응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기초자치단체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주기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청장이 고향사랑기부제처럼 모금 등 후원을 이끌어내는 캠페인이라도 기획할 수 있잖아요.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어요. 하다못해 시위에 나선 피해자들에게 작은 난로 하나라도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이 의원은 지난 14일 제277회 미추홀구의회 정례회에서 '전세사기 지원대책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전세사기 사건이 장기화되면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망연자실하고 많이 지쳐있다"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많은 피해자를 접한 구청 직원들도 과부하가 걸려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청에선 피해자들과 직원들 모두 마음 건강을 돌보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작년과 동일하게 최근에도 피해자들이 주택 관리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구청이 나서서 인천도시공사 등 관련 기관과 협업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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