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즈' 권칠인 감독 추억담
부모반대 피하려 대학 건축학과行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싱글즈'(2003), '뜨거운 것이 좋아'(2008), '원더풀 라디오'(2012), '관능의 법칙'(2014) 등은 여성 주인공들을 전면에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다. 상업영화임에도 당시로선 흔치 않게 젠더문제를 둘러싼 진지한 질문들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권 감독은 2003년쯤 '한국영화 르네상스'로 불린 시기가 도래하자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일) 사수 투쟁, 영화감독조합 창립 등 영화인 권익 찾기 운동을 주도했다.
권 감독은 "'싱글즈'가 성공해 뭐라도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아서"라고 겸연쩍게 말했지만, 그는 영화가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가장 빠르게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권 감독은 2011~2016년 인천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권 감독은 1961년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서 감리교 세례를 받은 의사 집안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친과 형제들은 감리교가 운영한 세브란스의전(현 연세대 의과대학)을 나와 고향에 병원을 차렸다. 당시 강화에 몇 안 되는 병원이었다.
권 감독이 인천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1965년 가족과 이사한 동구 송림동이다. 현대극장, 애관극장, 미림극장, 문화극장, 도원극장, 오성극장, 인천극장, 자유극장…. 1주일에 두세 번씩 극장을 갔던 어린 시절 권 감독에게 인천은 '시네마 천국'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바라던 의사가 아닌 건축학도를 택하고, 이후 영화 연출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인천의 수많은 극장에게 받은 세례 덕분이었다"고 했다. 대학 건축학과에 진학한 건 실은 부모님이 반대할 것 같은 영화계에 뛰어들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했다.
권 감독은 "경쟁도 다툼도 없이 서로 힘을 모아 공동체를 꾸려 나가는 동인천 삼치거리의 삼치구이집 사람들 이야기를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어떤 방식으로든 다루고 싶다"며 "그 거리, 그 사람들이야말로 인천의 정서를 담은 한 편의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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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