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하는 지역법조·(上)] '분사무소'에 점령당한 광교타운
선망 받는 '사(士)자 직업'이, 다른 전문직도 아닌 변호사가 소멸한다니. 자칫 황당한 이 명제는 조건 하나만을 전제하면 참이 될 수 있다. '지역'이다.
지역 법조타운은 서울 로펌 분사무소로 점령되고, 잔뼈 굵은 지역 변호사는 외곽으로 밀려난다. 지역 로스쿨에서 꿈을 키우는 미래 변호사들도 한마음으로 최종 목표는 서울이다. 전국 지역민이 누릴 수 있는 법률서비스의 미래는 결국 서울 서초동만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도 미래도 변호사가 소멸할 일은 없다. 다만 지역은 다르다. 같은 수도권인 경기지역에서조차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소멸의 길로 향하고 있는 지역 법조의 현재와 미래를 두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 편집자 주·관련기사 3면
중심가에 프랜차이즈 연이어 개업
인력 규모·광고비 등 압도적 차이
지역 로펌, 경쟁력 밀려 존폐 기로
경기남부 174곳… 주사무소의 2배
5일 오전 10시께 수원지방법원 북문 앞. 만차인 법원 주차장 바깥으로 차량 10여대가 길게 늘어섰고, 양손에 서류나 커피를 든 이들이 분주히 횡단보도를 건너 법원으로 향한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출입구 사거리 '노른자땅' 상가들엔 형형색색 로펌(법무법인) 간판 수십개가 즐비하다.
벽면을 올려다 보니 곳곳에 특정 문구가 유독 반복된다. '○○ 수원분사무소, △△ 수원지점, □□ 광교분사무소…'. 상가 고층을 전부 차지한 대형 간판들은 대부분 '분사무소' 차지다. 일부는 '형사·이혼 전문'을 표방하며 특화된 전문성을 자랑하고 있다.
수원지역 한 로펌 10여년차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말까지도 서울 로펌 분사무소들이 중심가에서 연이어 개업했고,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로 체감한다"며 "이들의 인력 규모나 광고비가 압도적이라 지역 로펌은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특히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개인 개업 변호사들은 점점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지역 '법조 1번가' 수원 광교 법조타운이 서울 로펌 분사무소에 잠식되고 있다. 주된 요인은 소위 '네트워크 로펌'이 전국구로 성행하는 영향인데, 이들은 서울에 본사를 두고 대규모 인력과 막강한 홍보비에 힘입어 전국 분사무소를 두고 프랜차이즈 식으로 운영하는 특징을 보인다. 사세가 나날이 확장하면서 같은 수도권인 경기지역에서마저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경인일보가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보면, 경기남부권을 관할하는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로펌 중 분사무소는 174곳으로 주사무소(81곳)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경기북부권 로펌도 주사무소 31곳, 분사무소 72곳으로 유사한 격차다.
전국적으로도 지역 법률서비스는 지역 주사무소가 아닌 분사무소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 로펌의 약 60%, 일부 지역은 최대 80% 가까이 분사무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 관련기사 (서울, 주사무소 집중 압도적… 법률서비스 '질적 격차' 더 커질라)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