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하는 지역법조·(上)] 경기도 법무법인 70%는 '분사무소'


강원·제주 78.1·72.7%로 비율 높아
서울 24.1% 불과 수도권내도 큰 차이
'네트워크 로펌' 전국구 영향력 확대
경유회비마저 서울行에 재정난 가중


경기지역 전체 로펌의 70% 가량이 타 지역에 본사를 둔 분사무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비(非)서울지역 법률서비스는 지역 주사무소가 아닌 분사무소에 크게 의존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주사무소가 압도적으로 집중된 서울 로펌들의 전국단위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변호사업계 지역 격차가 확대될수록 지역별 법률서비스의 질적 차이마저 벌어질 우려가 나온다.

5일 경인일보가 입수한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지방변회)별 사무소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비서울지역 로펌의 58.4%가 분사무소 형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변회별 비율을 보면 강원(78.1%)과 제주(72.7%)가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고, 뒤이어 경기북부(69.9%)와 경기중앙(67.7%)이 70%에 육박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서울은 24.1%에 불과해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큰 격차를 보였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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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주사무소가 압도적으로 집중된 서울 로펌들의 전국 단위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로펌의 67.5%(1천23곳)가 서울에 주사무소를 두고 있어, 두 번째로 많은 부산보다 10배가 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12개 지방변회는 분사무소가 주사무소 수를 웃돌았다.

서울 로펌의 지역 잠식으로 지역 법조시장 교란은 물론 질적 격차까지 벌어질 우려를 낳는다. 특히 지역 분사무소를 확장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위 '네트워크 로펌'들은 형사·이혼 등 단시간에 수익성 높은 사건에 주력하는 탓에, 정작 대형 사건을 수임할 만한 지역 로펌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네트워크 로펌은 2010년대 초반 처음 생겨나 기존 업계 운영방식과 달리 막대한 예산의 광고·홍보비를 투입, 현재 소속 변호사가 100명 이상인 로펌도 다수일 정도로 전국구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한 지방변회 관계자는 "지역에 위치한 분사무소들은 적게 추산해도 과반이 서울 로펌이고, 특히 최근 들어 네트워크 로펌들의 확장세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나아가 사건을 수임할 때마다 지방변회에 납부하는 수수료 개념의 '경유회비'마저 서울변회로 귀속되면서 격차를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변호사는 선임계 등 관련 서류에 부착해야 하는 경유증표를 소속 지방변회로부터 구매해야 한다.

서울 로펌의 지역 분사무소는 서울변회나 지방변회 중 선택해서 납부할 수 있는데, 서울변회는 큰 규모와 인프라에 힘입어 경유증표를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지방변회 주 수입원 격인 경유회비마저 서울변회로 돌아가면서 재정상 어려움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결국 시장경쟁에서 밀린 지역 로펌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정착해 온 지역 변호사들마저 입지를 잃어 가고 있다.

수원시 구법원사거리 인근 30여년차 개인 개업 변호사는 "어떤 운영방식이 옳다거나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사건 수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와중에 온라인 등 홍보에 익숙하지 않으니 전보다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