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하는 지역법조·(下)] 권역 로스쿨, 지역격차 확대 매개
전국 25곳 신입생 88% 수도권大
시험 합격후 생활권 재진입 지망
지역로펌 지원자 줄고 이탈 반복
법조계 균형발전 본래 취지 퇴색

경기남부권에서 규모로 손꼽히는 한 지역 로펌은 최근 인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규 채용 지원자가 매번 줄어 현재 변호사 수를 유지하기도 만만치 않은데, 겨우 선발한 인력마저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이탈하기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로펌 관계자는 "젊은 변호사들이 서울로 넘어간다는 등의 이유로 이탈하는 일이 반복됐고, 입사한 뒤 며칠 만에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역에서 현재 규모를 유지할 로펌은 몇 군데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업계의 심각한 '서울 쏠림' 현상으로 인해 지역 법조계 인력난이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법조 균형발전을 목적으로 권역별로 설치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되레 십수년 동안 지역격차를 확대시키는 매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현황에 따르면 전국 등록변호사 수는 지난 2013년 1만6천547명에서 지난해 3만4천672명으로 10년 만에 2배 이상 크게 늘어났으나, 전체 증가 규모 중 76.8%(1만3천911명)가 서울 등록변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서비스 공급 규모와 분야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로스쿨 도입 이후 매년 1천명대 변호사를 배출해왔지만, 신규 변호사들의 등록 소재지가 결국 서울로 집중되면서 지역격차는 해소되지 못한 셈이다. 실제 전국 대비 서울 등록변호사 비중도 같은 기간 74.5%에서 75.6%로 오히려 소폭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엔 서울 로펌 지역 분사무소 소속 변호사들도 지역 등록변호사로 분류돼 있어, 지역 소재 로펌업계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인력 부족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로스쿨이 권역별로 설치된 취지와 달리 지역과 무관한 성적 상위권 대학생들의 법조계 진출 관문으로 전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교육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019~2023년 동안 전국 25개 로스쿨 신입생 중 88.5%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대학을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로스쿨 전체 입학생 중 지역 출신이 전체의 10%가량에 불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로스쿨에 입학한 대다수의 수도권 학생들은 수도권 생활권 재진입을 우선 지망한다는 게 재학생들 인식이다. 결국 예비 변호사들의 서울 선호가 법조시장 진입 과정에서부터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한 비서울 로스쿨 재학생은 "애초에 입학생이 서울 출신이 대부분이다 보니 절반 이상은 변호사시험 합격 후 서울로 진출하고, 경기지역에 자리를 잡더라도 언제든 서울로 옮기고 싶어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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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