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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아임 프롬 인천·(20)] 청운의 꿈 안고 나홀로 인천 유학 왔던 김재균입니다


당진서 공부 위해 초교 마치고 이주
선인중·고 거쳐 인하대 산업공학 전공
졸업후 카이스트로 옮겨 석사 과정

40년간 울산대 교수로 연구·후학 양성
울산항만公 사장 맡으며 인천 방문
"자유공원~배다리 이어진 길 좋아해"
"자동차·바이오 등 성장… 전망 밝아"


"인천에서 보낸 시간은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1956년 충청남도 당진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곳에서 국민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인천으로 유학을 갔다.

지금도 그렇지만 1960년대 인천은 당진과 비교하면 '큰 도시'였다. 당시 당진을 포함해 충청남도 지역에서 중·고등학교 때 인천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인천은 다른 지역보다 충남 향우회 활동이 활발하다.

김 사장은 중학교 1학년 때 혼자 인천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부모님은 당진에 계셨다.

그는 선인중·선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인하대학교 공과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0년 안팎을 인천에서 살았다. 10대 대부분을 인천에서 산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카이스트에서 공부하고, 울산대학교에서 교수로 40년 일했다. 2021년부터는 울산항을 운영·관리하는 울산항만공사 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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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 2호관.

그는 "제 인생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인천에서 생활했다"며 "인천에서의 삶이 지금의 내 모습을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가 인천에서 유학했을 때는 10대였다. 어린 나이였지만, 공부를 하기 위해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사했다. 부모님 영향도 있었겠지만, 스스로도 원한 일이었다. 김 사장은 "어렸을 때 특별한 목표가 있지는 않았다"며 "단지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더 큰 곳에서 지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1960년대는 도로 상태가 지금처럼 좋지 않았다. 충남에서 인천으로 이동할 때 배를 타는 게 육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빠르고 편리했다. 그가 살았던 곳은 농촌이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합덕까지 2시간을 걸어야 했다.

합덕에서 실례원역까지 버스를 탄 뒤, 영등포역에 가는 장항선 기차를 탔다. 영등포에서 경인철도를 타고 인천으로 와야 했다. 김 사장은 "육로로 이동하면 당진에서 인천까지 하루 종일 걸렸다"며 "배를 타고 이동하면 육로보다 더 빨리 올 수 있었지만 물때가 맞아야 하기 때문에 배편이 많지 않았다"고 했다.

인천으로 온 그는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김 사장은 "환경이 공부를 하게끔 만드는 것 같다"며 "인천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학교와 집만 오가는 생활을 했다. 공부 외에는 할 게 마땅치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선인중·선인고를 졸업한 뒤 인하대학교 산업공학과에 진학했다. 인하대 공과대에 입학한 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김 사장은 "어렸을 때부터 숫자와 계산하는 것을 좋아했고, 공대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인하대 공대는 당시에도 전국 공대 가운데 손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인하대는 다른 학과보다 특히 공대가 유명했다. 이는 인하대 탄생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인하대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 같은 교육기관을 목표로 설립됐다. 처음 설립된 1954년엔 '인하공과대학'이라는 이름이었다. 이후 1968년 한진그룹이 학교법인 인하학원을 인수했고, 1971년 종합대학교가 되면서 현재의 '인하대학교'라는 명칭으로 변경됐다.

김 사장이 인하대에 입학한 1975년은 종합대학으로 승격된 지 5년째 되는 해다. 김 사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인하대 공대는 좋은 학교로 인정해줬다"며 "당시 수도권에서는 한양대 공대와 인하대 공대가 전국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하대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을 밟았다. 당시 카이스트는 학부생은 선발하지 않고 대학원생만 뽑았다. 김 사장이 입학했을 때 인천지역 학생은 자신이 유일했다고 한다. 대부분 서울대 출신이었고, 연세대와 고려대 졸업생들도 있었다. 그는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주로 현실문제를 수리적 모형을 통해 해결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교통계획, 통신망 설계 등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이 지난해 8월 취임 2주년 기념으로 노사 소통공감 소통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 울산항만공사 제공
김재균 사장이 지난해 8월 취임 2주년 기념으로 노사 소통공감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 사장은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울산대학교 교원이 됐는데, 당시 정치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우연하게 이뤄졌다.

그가 대학원 1학년 때 영화 '서울의 봄' 배경이 된 12·12 사태가 발생했다. 김 사장은 카이스트 졸업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역개발연구소에서 일하기로 결정됐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이 연구소를 폐쇄시켰다고 한다. 김 사장은 "지역개발연구소 폐쇄로 취업할 곳이 없어진 셈이 됐다"며 "당시 정부 정책 영향으로 대학 일자리가 늘어 울산대학교에 자리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1981년 울산대학교에 임용된 뒤, 2021년까지 40년을 꼬박 일했다.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전공분야 연구에도 힘을 쏟았다. 그는 울산에 다양한 산업체가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울산엔 자동차기업, 조선소 등 다양한 산업군이 활동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과 연구할 기회가 있었고, 산업현장의 문제를 연구·실증하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울산대 교수로 있으면서 다양한 대외활동을 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 녹색기업 심사위원으로 10여년 활동했다. 울산대 재난안전교육센터장을 맡으면서 산업안전보건공단과도 협업했다. 이 과정에서 울산항과 연이 닿았다. 울산항을 운영·관리하는 울산항만공사 항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항만위원회는 울산항만공사 이사회 격이다.

그는 "물류도 크게 보면 산업공학의 한 분야가 될 수 있지만, 항만위원회 활동 전까진 항만물류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진 못했다"며 "항만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항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울산항은 전체 물동량 기준으로 국내 3위에 해당한다. 부산항과 인천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으로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울산은 컨테이너 물동량보다 원유 등 에너지 화물을 중점적으로 처리하는 항만이다. 액체화물 기준으로는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에너지 항만이다. 이 때문에 울산항을 '오일 허브(OIL HUB)'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임프롬인천 /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
김재균 사장이 지난해 3월 진행된 울산신항 사업소 개소식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울산항만공사 제공

김 사장이 울산항만공사 사장을 맡으면서 인천항을 둘러볼 기회도 생겼다. 그가 인천에서 중등학교와 대학을 다닐 때는 지금 인천항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났다.

김 사장은 "인천항만공사와 울산항만공사 등 전국 4개 항만공사가 정기적으로 모이는 자리가 있어, 지난해 인천항만공사를 찾았다"며 "예전에 내가 경험했던 인천, 인천항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어렸을 때에는 인천항 갑문이 생기기 전이기도 하고, 상당히 정겨운 느낌이 컸다. 자유공원, 차이나타운, 신포동, 배다리까지 이어지는 길을 좋아했다"며 "울산에 있으면서 몇 년에 한번씩 인천에 가면 '예전의 그 인천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변화가 크다"고 했다. 특히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 신항은 과거 인천항(내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라고 했다.

김 사장은 인천의 전망이 밝다고 했다. 자동차뿐 아니라 바이오 등 신산업까지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인천항은 꾸준히 물동량이 늘고 있고, 크루즈 등 해양관광분야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인생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기에 생활했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인천에 대한 애착이 크다. 김 사장은 "인생에 대한 목표나 가치관 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인천에 있었다"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꼽으면 '인천에서 지낸 10년'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인천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하면서 본적도 인천 미추홀구로 옮겼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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