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번식장과 경매장에서 왔습니다] 반려견 전성시대의 그늘·(上)
업장 동물보호법따라 허가제 불구
좁은 공간 경제적 이익 극대화 반복
무자비한 출산에 근친교배 가능성
경매장 불투명한데 관리인력 태부족
내 곁의 귀여운 강아지는 어디서 왔을까. 부모는 누구일까.
반려동물은 가족이지만 가족이 우리 곁에 오는 길은 철저히 돈의 논리로 구축된 산업이 바탕에 있다. 반려동물은 번식장-경매장-판매장(펫숍)을 거쳐 판매되며 번식장은 동물생산업, 경매장과 펫숍은 동물판매업으로 분류된다.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 모두 법적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다.
하지만 번식장, 경매장, 판매장 모두에서 비윤리적인 행태가 관찰되며 국가나 지자체는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은 채 이를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 강아지 '생산', 보호도 감시도 없이 이뤄진다
=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동물생산업장은 2천32곳이고 이중 경기도에 778곳이 있다. 이는 허가받은 번식장만 집계한 것으로 불법번식장이 상존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표 참조
동물생산업장은 동물보호법에 따라 허가제로 운영된다. 법에 따라 시설기준, 관리인력을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반려동물이 증가하며 규정도 강화돼 왔고 기존 75마리 당 1명이었던 관리인력은 지난해 50마리당 1명으로 기준을 높였다.
허가받은 동물생산업장은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이미 알려진 여러 구조활동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구조활동이 펼쳐진 화성의 허가번식장의 경우 허가두수는 400여마리였지만 실제론 1천400여마리가 발견됐다.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좁은 공간에 강아지를 밀어 넣고 생산을 반복해온 것이다.
지난해 카라가 2곳의 구조활동을 정리한 결과(화성 허가번식장·보령 무허가 번식장)를 보면 모두 224마리 중 176마리(78%)가 치석 및 치주염 등을 앓고 있었고, 정형외과 질환인 슬개골 탈구는 142마리(63%), 외이염 증상은 91마리(40%)에 달했다.
자궁수종·자궁축농증·고환암·자궁내막염 등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생긴 질병도 많이 발견됐다. 수차례 제왕절개를 거듭해 생긴 자궁유착도 있었고, 이로 인해 수차례 복부가 찢어졌다 꿰매진 자국으로 가득한 모견(母犬)도 나타났다.
■ 화려한 펫숍 뒤엔 관리되지 않는 번식장, 감시하지 못하는 경매장
번식장 반려동물이 근친교배로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경제성만을 우선 순위로 무자비한 출산이 이뤄지다 보니 태어난 반려견 중 종견(부견)으로 쓰기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교배 역할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적은 수의 종견, 많은 수의 모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돈을 우선한 번식장의 현실인 것이다.
실제 화성번식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쳐 경기도반려마루(여주 소재)로 반려견을 이송한 경기도 관계자는 "반려마루로 반려견 587마리가 왔는데 이 중 500마리 가량이 모견, 나머지는 종견과 갓 태어난 동물이었다"고 전했다.
화성번식장에서 구조된 모견들의 영양 상태도 문제였다. 대체로 평균보다 작고 면역력도 약해 자연분만이 어려울 정도였다.
경매장의 불투명한 운영도 문제다. 경매장은 '프라이빗'(private)을 강조한다. 판매업 등록을 한 업자만 경매장에 입장이 가능하고 일주일에 1~2번 정도 공지한 장소에 모여 경매가 진행된다.
취재과정에서 경기 서부의 한 경매업장을 찾아가려 접촉하자 처음엔 "와서 현장을 보라"는 응답이 왔다. 하지만 이윽고 "(경매장)이사진에 물어보니 외부인을 들이지 말라고 한다"며 거절 의사가 전해졌다.
이 같은 경매장은 알려진 것만 전국에 17곳이다. 그 중 9곳이 경기도에 소재한다. 경매장은 선불로 1억원 이상을 낸 판매업자가 참여할 수 있다. 이들은 '이사'로 불리며, 경매장에 투입된 자금은 경매장과 번식장 운영에 쓰인다.
경매장의 반려동물은 어리고 작고 예쁠수록 비싸게 팔린다. 경매에서 비싸게 사온 동물은 펫숍에서 소매 이윤을 붙인 높은 가격에 다시 판매된다. 경매장을 중심으로 초기 자금이 유입되고 번식장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에 몰두하며 이를 통해 작고 예쁜 동물을 만들어 내 소비자에게 비싼 값에 판다.
■ 지자체 담당자 1명이 400여곳의 영업장 관리해야 하는 현실
번식장과 경매장의 반려동물 산업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지만 개선되기 어려운 이유는 지자체의 관리 인력이 태부족하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 86조에 따라 지자체는 1년에 1회 이상 관련 영업장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의무가 있다.
문제는 반려동물 영업으로 규정된 동물생산업과 동물판매업을 비롯해 동물장묘업, 동물수입업 등을 관리하는 담당자가 지자체별로 1명 또는 2명에서 그쳐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영업 시설별로 다른 시설기준이나 관리인력 기준 등을 제대로 점검하려면 현장 조사가 필수적인데, 많게는 400여개가 넘는 영업장들을 혼자서 점검하기엔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장을 관리하는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들은 "현장조사를 하면서 민원 업무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서 전수조사하는 것이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는 한 곳 당 기본 30분 정도로 잡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