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번식장과 경매장에서 왔습니다] 반려견 전성시대의 그늘·(下)


이혜연·송용암 부부와 인연 맺어
순탄치만은 않은 입양 과정 극복
각종 동물 자격증 취득하며 준비
"한국도 공부하는 문화 정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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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북부특수대응단에서 6년 동안 현장을 누볐던 구조견 '아롱이'는 은퇴 후 새로운 주인을 만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아롱이가 입양된 강원 고성의 한 가정집에서 '아롱이'와 유기견 '배추'가 뛰노는 모습. 2024.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이달초 강원도 고성의 한 가정집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6년 동안 경기도북부특수대응단에서 119구조견으로 근무하다 지난달 은퇴한 '아롱이'다. 은퇴 후 아롱이가 여생을 보낼 고성 집에는 아롱이와 함께 뛰어노는 '배추'도 있었다. 배추는 회색 빛깔 믹스견으로, 남양주의 한 공장에서 태어나 길거리에서 방치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주인 부부가 데려왔다고 한다.

이혜연(55)씨와 송용암(58)씨 부부가 아롱이와 배추를 가족으로 맞게 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구조견 입양자로 선정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동물훈련자격증에 도전했고, 길거리에서 방치된 세월 때문인지 사람을 경계하던 배추를 위해선 기다림의 시간을 견뎠다.

그럼에도 부부가 구조견과 유기견 입양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부부는 2019년 은퇴한 구조견 '케빈'과의 인연을 계기로 꼽았다. 케빈을 입양한 지인의 집을 방문해 케빈을 만난 순간 "우리도 구조견을 입양해보자"는 결심이 섰다고 한다.

이혜연씨는 "혼자 유튜브 등을 활용한 독학으로 동물행동교정사와 장례지도사 등 자격증을 공부했다. 나라를 위해 고생한 구조견을 꼭 입양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말에 아롱이 입양을 신청하고 아롱이가 핸들러님과 함께 집에 방문했었는데, 아롱이를 만난 순간 더 큰 확신이 들었다"며 "그렇게 입양이 확정되고, 아롱이를 집에 데려오기로 한 은퇴식 날까지 기다리기가 정말 힘들었다. 은퇴식 전날엔 떨려서 잠도 못자 다음날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아롱이를 데리러 갔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부부의 집으로 아롱이가 방문했을 때, 아롱이를 키우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배추 때문이었다고 한다. 송용암씨는 "배추가 원래 산책을 나가도 다른 강아지를 보면 피하거나 숨었는데 아롱이는 처음 만난 것이었는데도 쫓아다니고 잘 어울려 놀았다. 그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아롱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에 감사하다. 아롱이가 오게 되면서 배추도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려 놀만큼 사회성도 좋아지고, 밥도 잘 먹는다"고 덧붙였다.

이혜연씨는 아롱이 입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취득한 각종 동물관련 자격증 덕분에 동물병원 사무장으로 취직했다. 매일 아침 아롱이, 배추와 함께 동물병원으로 출퇴근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아롱이는 은퇴했지만 '119 인명구조견'이라고 쓰인 주황색 조끼를 입고 고성을 누빌 예정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큰 개를 보고 놀라는 경우가 많아서 이들을 안심시켜주고자 구조견 조끼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부는 "아롱이를 보고 'TV에서 봤다'며 이뻐해 주시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아롱이의 인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아롱이와 배추를 입양한 부부는 "결국 한국도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공부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독일이나 외국은 반려동물 입양 전에 최소 1년 동안 공부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종이라는 판단이 생겨야 입양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도 펫숍에서 이쁘다고 데려오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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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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