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번식장과 경매장에서 왔습니다] 반려견 전성시대의 그늘·(下)


용인시동물보호센터 이미 포화상태
큰 믹스견 입양 어려워 공간도 협소
폭력성·질병 가졌을땐 어쩔수 없어

독일에선 면허 등 취득·등록 필수로
반려동물 문화·인식개선 시급 지적

지난 15일 오후 6시가 다 되어갈 무렵, 용인시동물보호센터로 "유기견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연달아 들어왔다. 각각 고매동과 능원리에서 발견된 1살 가량으로 추정되는 갈색 푸들과 덩치가 큰 흰색 믹스견이었다.

신고 접수 다음날인 16일 용인시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 두 마리의 강아지는 10일 동안의 공고 기간을 거쳐 이제 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게 됐다.

입양이 되지 않으면 이들이 여생을 보내야 할 용인시동물보호센터는 이미 포화 상태다. 현재 센터에는 300여마리의 유기·유실동물이 있는데, 하나의 견사를 2~3마리가 나눠서 쓰고 있을만큼 동물들로 가득 차 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동물들을 위해 마련해둔 '병아리방'이나 적응이 필요한 동물들을 위한 '격리방' 등은 이미 목적을 잃은 지 오래였다. 분류 없이 동물들이 들어가 있고, 원래는 견사로 활용하지 않던 1층 복도에까지 2층으로 켄넬들이 쌓여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보호 중인 유기동물의 수가 늘어 2022년 사무실 건물을 새로 지었지만 여전히 공간이 부족하다"며 "특히 사이즈가 작은 품종견의 경우 입양이 빨리 되는 편이지만, 큰 사이즈의 믹스견들은 입양이 어려워 점점 이들을 보호할 공간이 협소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5일에 접수된 강아지 두마리 중 푸들은 빠른 시일 내 입양될 확률이 높지만, 큰 믹스견은 보호센터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도 덧붙였다.

용인시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로 접수된 864마리의 유실·유기 동물 중 215마리는 주인에게 반환됐고, 264마리는 입양됐으며 250마리는 기증, 92마리는 자연사, 34마리는 안락사를 피하지 못했다.

입양 홍보를 통해 최대한 입양을 보내고 있지만, 폭력성을 보이거나 질병을 가져서 고통받는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 총 11만3천440마리의 유기·유실동물이 구조됐다. 포인핸드의 2022년 6월부터 이번 달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구조된 유기·유실 동물 19만6천627마리 중 보호 중인 동물은 2만여마리, 안락사된 동물은 3만7천여마리다.

번식장에서 대량생산돼 경매장을 거쳐 펫숍으로 온 강아지들이, 결국엔 유기동물이 되는 악순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15일 용인의 길거리에서 10년 동안 방치되다가 구조된 '마루'도 이러한 악순환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물보호단체 위액트가 제보를 받고 출동한 현장에서 마루는 마당에서 방치되고 있었다. 털마저 심하게 엉켜 있던 마루는 병원에서 심장사상충 양성 판정을 받았고, 잇몸을 비롯한 몸 곳곳에서 종양이 발견됐다. 그럼에도 마루의 소유주는 방치한 것이 아니라 사육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금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반려동물 문화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독일에서는 반려견을 키우는데 산책을 하러 나오지 않으면 이웃이 나서서 경고하거나 경찰에 신고하는 분위기라고 할만큼 반려동물 복지 문화 선진국 중 하나다. 독일은 주에 따라 반려동물을 입양하려면 '반려지식증명'이나 '반려견면허' 등을 취득해야 하며, 반려견 등록을 하지 않으면 벌금이 700만원에 달한다.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경매장을 없애도, 번식장을 없애도, 어떠한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가해도 현재의 악순환을 끊기 어렵다. 유통과정에서 소비되고 끝내 버려지는 동물들의 고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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