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곡천변 가림막 철거 문제로 대치
하천 너머로부터 유리방 지키는 역할
“논의 없던 부분… 강제 철거의 일환”
대치 이어져 경찰·용역 현장서 철수
담벼락 위로 여성들이 다닥다닥 붙어 꼼작도하지 않았다. 붉게 녹이 슨 펜스 앞으로 ‘용주골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를’, ‘성 노동자 지켜라’가 적힌 종이 팻말이 붙었다. 담벼락 아래 6명의 여성은 서로 팔짱을 끼고 바리케이드를 만들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이곳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는 사치였다. 파주시 연풍리 갈곡천 옆에서는 용주골 성매매 종사 여성과 파주읍 관계자 및 용역 등이 대치를 벌였다. 경찰 인력과 주민들까지 모여 100여 명이 용주골 인근을 예의주시했다.
이날 대치는 오후 1시30분께 파주시에서 용주골과 갈곡천 사이에 설치된 가림막 형태의 펜스를 철거하려고 하면서 시작됐다. 펜스가 오래돼 안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지난해 철거를 예고한 상황이었으나, 실제 철거는 이날 처음 이뤄졌다.
이창우 파주읍장은 “(오래된) 펜스가 넘어지면 지나다니는 사람이 다칠 수 있어 지난해부터 계획했다. 올해 예산에 철거 관련 부분이 반영되면서 진행하게 됐다. 철거를 마치면 새로운 펜스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현장에서 고지했다.
하지만 이곳 성매매 종사 여성과 연대 단체 시민들은 펜스가 철거될 경우 오히려 ‘성 노동자’들이 안전에 위협을 받는다며 불안감을 표출했다. 새로 설치될 펜스가 현재처럼 가림막 형태가 아닌, 도로 위의 가드레일식으로 가운데가 뚫린 형태라는 점도 한몫한다.
주홍빛 연대 차차의 여름씨는 “펜스는 하천 너머에서 유리방 안이 보이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했다. 지금도 자동차 블랙박스로 도촬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펜스가 사라지면 불법 촬영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안전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정작 당사자와 논의한 부분은 전혀 없다. 펜스가 노후화돼 철거한다는 의미보다는 이는 용주골 강제 철거의 일환”이라며 “과거 파주시에서 금단의 구역으로 분리하고자 펜스를 설치했으면서 이제 와서 갑자기 철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용주골 진입을 시도하려는 파주읍 관계자 및 용역과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펜스 철거를 막기 위해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담벼락 위로 올라가 펜스를 사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이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다쳤다. 이 여성은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됐다.
대치는 1시간가량 이어지다 마무리됐다. 이곳 여성들이 강하게 저항하면서 경찰 인력과 용역은 용주골 내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파주읍 관계자들은 이날 펜스를 철거하지 않고 오후 2시 40분께 철수했다. 철거 정책을 철회한 건 아니라는 점에서 조만간 대치 상황이 다시 재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