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은 안돼? '그런 법이 어딨어'·(上)] 말 안듣는 머슴, 주민이 직접 정치 나섰다


당적 관계 없이 뽑아준 시의원들
'중앙당 핑계' 주민과 엇갈린 결정
대표성 의문에 "지역정당 만들자"
헌재에 헌법소원… 찬성 5·반대 4
정족수 미달로 합헌… 창당 막혀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한다(정당법 제3조)."

2023년 9월 26일. 정당법 제3조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문제 없음(합헌)' 결론을 내렸다. 현행 정당법은 지역에 중앙당을 둔 지역정당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조항이 '지역정당'을 금지하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헌재가 결과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인데, 속사정을 알고 보면 묘하다.

헌법재판관 9명의 의견 중 5명은 '위헌', 4명은 '합헌' 의견을 내고 첨예하게 갈렸다. '지역정당 허용'을 뜻하는 위헌의견이 다수였는데도 결정 정족수(6명)에 1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이 내려졌고 결과적으로 현행법이 유지됐다. 쉽게 말해 지역정당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법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겠다는, 참으로 야속한 결론이다.

2년여의 심리 끝에 난 결과였지만 대중에게 지역정당은 개념도 생소했고 기성정치권에선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다만, "우리를 정당으로 인정해달라"며 2년 전 헌재를 처음 찾은 4개 단체만이 외로이 들고 일어섰다.

서울 영등포·은평, 경남 진주, 경기 과천 등 모두 다른 지역의 4개 단체는 수년 동안 지역에서 활발하게 정치활동을 이어온 자칭 지역정당들이다. 무시와 무관심속에 헌법재판관들마저 팽팽하게 의견이 갈리는 '화두'를 던져냈다. 그리고 이들의 중심에 '과천풀뿌리'가 있다.

과천은 인구 8만여명, 면적도 전국에서 두 번째로 좁다. 작아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 행정을 비롯해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가 오고 가기 쉽고, 그 안에서 의견을 교류하는 것도 용이하다. 옹기종기 모여 살다 보니 지역 현안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는 게 문화처럼 자리잡았다. 대안학교학부모회, 친환경먹거리모임, 지역화폐모임, 마을기업운영위원회… 주제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생활과 연계한 지역 모임들이 여럿 생겨났다.

내친김에 '지역정치'를 통해 과천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자는 데 생각이 모아졌다. 당적에 관계없이 주민들의 생각을 실현시켜줄 만한 후보를 골라 '밀어주기'를 실행했다. 그 결과 2006년 지방선거에 과천시의회 의석 7명 중 주민들이 밀어준 후보가 2명, 2010년 지방선거엔 4명이 당선됐다. 주민들 덕에 '배지'를 달았고 주민들을 위해 배지를 활용할 거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런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지역현안을 두고 '중앙당의 기조'를 핑계로 시의원들은 주민 다수의 의견과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는가 하면, 과천을 전혀 모르는 외지인 출신 정치인이 선거철에 지지받을 요량으로 주민들에게 접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과천주민들 사이에선 "우리가 밀어준 시의원들이 진정 주민을 대표하는 것이 맞느냐"는 회의가 커졌다. '이럴 바엔 직접 나서자'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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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김산·이영선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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