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은 안돼? '그런 법이 어딨어'·(中)] 변화, 한걸음 부족했다
위헌과 합헌 사이 '교집합' 주목
정당법 전국정당조항 현실 지적
49개 중 의석확보 6개·수명 짧아
목적 달성 실효적 수단 기능 의문
"정당법 제4조, 제17조, 제18조, 제41조 제1항 및 제59조 제2항 중 제41조 제1항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청구인들의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헌법재판소 결정문)
위헌의견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역정당네트워크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부분은 정당법에서 중앙당을 서울에 두고 5개 이상의 시·도당을 둬야한다는 전국정당조항이었다. 이에 대해 "전국정당조항은 정당의 등록 및 등록유지 요건으로 작용하는데 그러한 요건을 갖추어야만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직이 된다고 볼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또 "현재 존재하는 49개 정당 중 국회에서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6개에 불과하고 1945년 8월 15일 이후 설립된 정당의 평균수명은 3년도 채 되지 않는다…이처럼 거대 양당에 의해 정치가 이루어지고 소수당이 사라져가는 정당정치의 현실에서 지역정당이나 군소정당, 신생정당이 정당등록요건을 갖추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거대양당의 그늘 속에 봉우리도 피우지 못하는 소수정당의 현실을 지적했다.
아울러 "이는 각 지역 현안에 대한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지방정치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정당의 출현을 사전에 배제하여 정당체계를 폐쇄적으로 만들고, 유권자들에게 다양한 정치적 관점에 대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눈여겨 봐야 할 지점은 전국정당조항에 대한 위헌과 합헌의 의견 사이 '교집합'이다. 바로 '지역주의'.
합헌의견에는 "지역적 연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정치 풍토에서 지역정당을 허용할 경우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지역 간 이익갈등이 커지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 반면 위헌의견에는 "지역주의 심화의 문제는 정당등록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정치문화적 접근으로 해결하여야 하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국 어디에서든 정치 참여가 가능하고 지방자치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모든 정당이 중앙당을 수도에 두고 정당활동을 수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역대립의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전국정당조항이 과연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효적인 수단으로 기능하여 왔는지, 모든 전국정당들이 특정 지역의 민심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여 왔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지역주의가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현실을 돌아보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당사자는 오히려 '전국정당', 현재의 거대양당인 셈이다.
구자동 과천풀뿌리 대표는 "재판부는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국민의힘이라는 프레임에서 이들의 세력만 커질 것이라는 지역주의에 빠져있다"며 "우리가 말하는 건 지역의 고민과 문제점은 그 지역의 주민들이 제일 잘 알고 있다는 것,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위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정치가 이뤄지는 걸 뜻한다"고 강조했다.
/공지영·김산·이영선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