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은 안돼? '그런 법이 어딨어'·(下)] 정당 설립요건 완화에도 '족쇄'

OECD중 규정 국가는 韓·獨뿐
유럽 지역정당 '20%대 득표율'
일본 '2% 득표요건'… 참여 독려

군사독재정권 제정 체계는 여전
"대구·광주 좋아서 찍는게 아냐"


OECD 회원국 중 정당 설립 요건을 법으로 규정하는 국가는 한국과 독일 정도다. 정당법이 아예 없는 국가가 상당수이며, 있더라도 설립요건을 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독일의 경우도 정당의 개념과 목적에 대해서만 규정할 뿐, 중앙당의 위치·시도당의 개수와 같은 구체적인 설립 요건에 대해서 제한을 두지 않는다. 특히 다양한 지역정당 활동을 보장하는 유럽 분위기로 인해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등은 지방선거에서 지역정당이 20%대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가까운 일본도 지역정당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일본은 정당조성법 등에 따라 정치단체 중 국회의원 5명 이상이 소속된 단체, 최근 실시한 중·참의원 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 수 중 2% 이상의 득표를 한 단체를 정당 설립 요건으로 규정한다.

이같은 요건만 맞출 수 있다면 지역적 제한이 없기 때문에 지역정당이 가능한데, 실제로 일본의 지역정당은 지역의 자율성 회복을 위해 기존 정당정치가 반영하지 못한 다양한 의제를 설정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윤현식 노동정치사람 연구위원은 "정당법을 비교할만한 나라가 어디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선진국 중에 정당법이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특히 민주국가에는 더욱 그렇고, 복수당적금지규정 정도만 있다"며 "정당의 존립은 유권자의 권리로 결정해야 하는데, 법으로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정당법의 탄생은 사실 5·16 군사정변 이후 군사독재정권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역 연고의 경쟁자를 억제하기 위해 만들었다. 특히 지역정당을 막는 '전국정당조항'은 1962년에 제정될 당시의 체계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정당 설립 요건을 일부 완화했지만 여전히 정당법은 정당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작동되고 있다.

정당법이 개정된다면 지역정당은 물론, '의제정당'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다양한 색채의 정당들이 생기고 국회의 구성 자체가 다변화되면 현재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로 지목받는 거대 양당정치를 타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지역정당이 가능해진다면 특별한 의제를 기치로 내건 단일의제정당도 가능해진다. 유럽에는 노동당, 페미니즘당도 있고 해적당도 있는데 이 당은 지적재산권 등 정보통신분야를 주로 다루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정당 운동은 정치의 체계를 더 크게 확장시켜보자는 데 그 힘이 있다"며 "대구가 국민의힘의 아성이라고 하지만 대구시민 모두가 국민의 힘이 좋아서 찍는 게 아니고, 광주광역시 역시 민주당이 마냥 좋아서, 옳아서 찍는 게 아니다. 지금 87년 체제 이후에 양당 이외에 정권을 가져간 당이 없다"고 꼬집었다.

지역정당 창당을 목표로 달려온 주민들은 다시 도움닫기에 나섰다. 과천풀뿌리가 지역정당을 선언하고 만든 '과천시민정치당'은 헌재 판결 이후 구성원이 20~30명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활동이 축소됐다.

하지만 남은 이들은 다시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2026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조직을 재정비 중이다.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과천에 살면서 수의사로, NGO 출신 활동가로, 회계사로, 지역활동가로 생업에 몸담으며 내가 사는 지역을 함께 책임지고 변화시키기 위해 수년간 애써온 평범한 이웃이다.

/공지영·김산·이영선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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