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표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펄럭이는 현수막, 벚꽃 날리듯 길거리에 흩날리는 선거명함, 파란옷·빨간옷 입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람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범람하는 말, 과잉된 행동으로 선거판이 요란합니다. 그래서 뉴스도 넘쳐납니다. 이곳저곳서 쏟아내는 약속들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입니다.
잠시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생각해봅니다. 숱한 선거가 있었고 약속들이 있었습니다. 지켜진 것은 무엇이며 어떤 변화가 우리의 삶에 남았을까요.
정권심판론도, 거야견제론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진영 논리와 정치적 수사(修辭)에 가려져 ‘진짜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동네 선거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의제화되고 있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그래서 ‘기자들의 기억법’이 나섰습니다. 수도권 선거판에 불쑥 찾아와 표만 받고 서울로 떠날지 모르는 아무개 후보들에게 누군가는 “우리동네에 왜 왔냐”고 물어봐야 하니까요.
경인지역 선거구 중 양당 후보 모두 새로운 인물인 지역과 정치공방에 지역이슈가 잠식된 지역을 분류, 이 중 총 8개 선거구를 골랐습니다. 기자들이 직접 지역구를 발로 뛰며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생생한 현장을 ‘질문’ 삼아 후보들에게 물었습니다. 후보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가감없이 보여드리겠습니다.
80년대생 청년이라는 공통분모
‘스마트교육도시’, ‘AI스마트시티’, ‘반도체 클러스터 배후도시’ 등 오산시를 수식하는 미사여구가 많지만, 지금의 오산을 딱 한마디로 표현하면 ‘청년 도시’입니다. 오산시는 2030 젊은 세대 유입이 증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도유망한 지자체 중 하나입니다.
청년도시 답게 이번 22대 총선에서 오산시 지역구 선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개천에서 난 청년 정치신인들의 대결, ‘개천용 대결’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효은(40) 예비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차지호(43) 예비후보 모두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이끄는 80년대생 후보입니다. EBS 외국어 영역 스타 강사 ‘레이나’로 더 유명한 김효은 후보와 국제보건의학전문가이자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인 차지호 후보는 ‘청년’이라는 공통분모 말고도 공통점이 많습니다.
경북 영천 출신의 김효은 후보는 영남대 사범대, 부산광역시 출신의 차지호 후보는 동아대 의대를 졸업한 ‘지역형 인재’입니다. 나고 자란 지역에서 대학까지 졸업한 인재들이죠. 그래서 출마지역인 오산과는 지금껏 인연이 없었지만, 서울 관점이 아니라 지역의 관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이른바 ‘지역정서’를 잘 이해하는 후보로는 손색이 없어보입니다.
또 사교육 하나 없이 독학으로 도전해 공영방송 EBS 스타강사로 이름을 날린 김효은 후보와 국경없는의사회, 세계보건기구 등 세계 유수의 사회단체·기구에서 활동하며 보건의학을 연구해온 차지호 후보의 이력도 청년도시 오산의 마음을 사로잡는 양당의 ‘전략’인 것으로 보입니다.
차별없는 공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효은 후보는 다양성과 자율성·선택과 집중·공정과 안심에 기반한 교육개혁을 이루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힙니다. 국제적 위기 상황과 재난·재해를 대비하기 위해 AI 기반 미래위기 대응 전략시스템을 연구해온 차지호 후보는 오산시에 세계 유수 대학과 연계된 글로벌 AI 공공의료 복합 연구단지를 유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오산’ 그리고 ‘오산의 청년’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교육개혁도 좋고 AI 공공의료 복합연구단지도 좋지만, 오산의 유권자인 우리는 오산의 ‘지금’, 그리고 ‘미래’를 묻고 싶습니다. 두 후보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신도시·일자리’ 찾아 청년 급증… 청년들 살기엔 빡빡한 도시?
오산시 지역구가 갖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청년’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오산시 전체 인구(22만9천849명) 중 2030 세대 비율은 28.7%(6만5천866명)에 달합니다. 이는 수원시(30.3%)와 평택시(28.9%)에 이어 경기도내 지자체 중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치인데요.
청년들이 많아진 데는 오산 세교 등 신도시 택지지구가 본격적으로 조성되면서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들이 대거 유입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오산시를 비롯 인근 수원시, 화성시, 평택시 등에 있는 공장, 물류센터로 일자리를 찾아 온 젊은 세대들이 오산에 정착하는 비율도 높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시대에 청년들이 늘어난다는 건 기쁜 일이지만, 청년이 살기 좋은 도시인지 고개를 갸웃하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가장 크게 지적되는 문제는 바로 뚜벅이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신도시건, 구도심이건 불편하긴 매한가지죠.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입주가 시작된 세교지구는 세교1지구(323만4천㎡, 개발 완료), 세교2지구(280만5천㎡, 개발 중), 세교3지구(433만578㎡, 개발 예정)로 기획된 대규모 신도시입니다. 하지만 세교지구에선 개인 자가용이 없으면 시내든, 시외든 이동 자체가 어렵습니다. 세교2지구에서 오산역까지, 평균 2km 내외의 거리를 시내버스 타고 이동하면 최소 20분 이상은 걸립니다. 정류소까지 걸어서 10분, 버스를 타고 오산역까지 다시 10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죠. 배차 간격도 기본 15분이라 한 번 놓치면 머릿속이 아득해집니다. 반면 자동차를 탄다면 시간은 5~8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시외 이동은 더 불편합니다. 현재 오산시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는 사당행과 강남행뿐입니다. 강북으로 가는 버스가 없어 서울역조차 돌아가야 합니다.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지하철이 있지만 이조차 ‘1호선’ 하나뿐입니다. 이런 불편에 대한 목소리가 하루이틀 나온 건 아닙니다.
그래서 2020년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오산~기흥 분당선 연장’, ‘오산~동탄 트램 착공’, GTX(수도권광역급행전철) C노선 오산 연장, 오산 원도심·세교2지구↔서울역 광역버스 등 관련 공약이 꾸준히 나왔지만 현재까지 진전은 없습니다.
교통만 불편한 게 아닙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말이 있듯, 인생을 즐기고 싶은 젊은 세대들에게 오산은 ‘오락’이 없습니다. 그나마 나가볼 만한 오산역·원동상권 등 구도심 대표 상권도 크게 활력을 잃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임대 문의’ 현수막이 걸린 공실이 급증했고, 문화의 거리로 유명한 ‘아름다로’의 명성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이때문에 21대 총선과 8대 지선에서도 양산동, 대원동 등에 청년세대를 위한 복합문화센터 건립 공약이 쏟아졌지만, 현재 부산동 생활문화센터 건립 사업 말고는 진행되는 건 없습니다.
오산시 거주 청년들로 구성된 오산청년마을협동조합 지슬비(27) 이사장은 “시외버스는 노선 자체가 적고, 시내버스는 많은지만 체계적이지 않아 이동에 불편한 점이 있는 편”이라며 “청년들이 놀고 모일 마땅한 장소가 없다 보니 차라리 수원이나 화성 동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오산시 원동 상권에서 2년째 공인중개업을 하고 있는 A씨도 “월세가 다른 지역보다 저렴하고 권리금도 안 받는 편인데 들어오려고 하질 않는다”며 “오산역 교통 인프라를 늘리고 미관을 조성해 상권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인일보가 대신 물었습니다. 후보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국민의힘 김효은 예비후보
오산의 교통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세교 지구의 경우 신도시급의 도시로 확대가 진행중에 있지만 광역교통계획이 가구 수 대비 교통정책이 취약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공약으로 수원발 GTX 오산역 정차, GTX-C노선 오산 연장, 그리고 분당선 전철 오산연장, 광역버스 노선 신규편성 및 광역버스 대원동 정차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산에 젊은친구들이 놀거리 즐길거리가 없어서 인근 동탄이나 수원으로 이동한다고 많이 이야기 하십니다. 청년, 연인들을 위한 관광 인프라개발 및 모임, 휴식, 즐길 공간으로 세교1 터미널 부지에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해 청년이 모이고 즐기는 공간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오산 청년들은 그동안 주변에서 좋은 이야기를 듣지도 못했고 내세울 것이 없었습니다. 이런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주변에서 오산으로 와서 소비할 수 있는 컨텐츠와 공간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예비후보
오산의 미래는 AI에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금까지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었다면, 이제는 AI가 ‘미래 산업의 쌀’이고 AI 없이 미래 산업을 논할 수 없습니다.
경기 남부를 단순히 반도체 벨트라고만 하는데 저는 미래벨트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화성, 수원, 평택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미래차 등 첨단 산업들이 즐비한 곳이 경기 남부입니다.
그런데 미래벨트 경기 남부에 딱 하나 AI가 빠져있습니다. 이런 AI 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AI 산업의 성패 여부는 사람을 얼마나 모으고 키워내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서울과의 접근성, 주요 산단과의 위치 및 관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연구단지를 조성할 부지도 충분히 확보되어야 합니다.
오산이 경기남부 미래벨트의 AI 인재 허브 도시가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경기남부 미래벨트 한가운데에 위치한 오산이 인재를 모으기에도, 키우기에도 가장 적합합니다.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하면, 그들의 필요와 수요에 따라 도시가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모으고, 그 힘으로 인재를 키워야 한다. 오산 청년의 미래도, 오산의 미래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옥스퍼드-존스홉킨스 등의 세계 유수의 대학교와 연계된 글로벌 AI 공공의료 복합 연구단지를 오산에 유치하겠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난민에 맞서기 위해 AI와 디지털 기술들에 기반 한 글로벌 보건의료시스템을 연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카이스트-존스홉킨스-옥스퍼드-맨체스터 대학교 대학원 등에서 세계적인 전문가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도 착실히 쌓아왔습니다. 연구단지 유치가 가능하다 확신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AI 산업은 거창한 공장이나 대규모 시설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인재가 가장 절실합니다. 최우선적으로 글로벌 AI 공공의료 복합 연구단지를 유치하려는 이유입니다.
그렇기에 AI를 아는 사람들이 먼저 오산에 와야 합니다. 연구단지가 유치되면 그걸 기반으로 오산의 아이들이 글로벌 AI 공공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트레이닝 센터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주도적으로 AI를 연구하도록 하고 이를 입시에 활용할 수 있는 경로도 연구 중에 있습니다. AI에 기반 한 미래 인재 성장 경로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글로벌 AI기업들이 오산의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찾아올 것입니다. 지금까지 구축해온 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국제기구들과도 연계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AI를 이야기하지만, 아무나 AI를 이야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그게 가능한 사람입니다.
*정성껏 답해주신 두 예비후보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서면을 통해 받은 답변이며 원문 그대로 공개함을 원칙으로 합니다.